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국제적으로는 지정학적 복합 위기가 고조되었고 국내적으로는 주변 4국과의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으며, 일본과는 관계가 거의 최저 수준까지 악화되었다. 중국의 ‘한한령’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정부 간 대화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심지어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인식 차이로 인해 동맹에 걸맞은 전략적 협의와 공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국제 정세와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복합적인 난제는 대한민국 안보와 외교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주변 3국과의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는 데 주력해왔다. 특히 미국과의 동맹 발전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흘 만에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며 외교·안보뿐 아니라 경제, 사이버, 첨단기술, 공급망, 우주, 청년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강화했다. 더 나아가 2023년 4월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여 ‘워싱턴 선언’을 통해 양국 관계를 사실상의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더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특히 지난 7월에는 핵협의그룹(NCG) 출범 1년 만에 ‘한미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을 완성함으로써 한미 간 핵·재래식 전력 통합 등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성과를 달성했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격화되는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긴요한 한일 양국의 협력 관계를 개선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해법 제시를 계기로 12년 만에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되면서 양국 간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정상 궤도로 복귀시켰다. 이로 인해 2019년부터 이어졌던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해제되었고 화이트리스트 복원 조치가 이루어졌으며,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하고 제3국에서의 양국 재외국민 보호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했다.
이러한 한미 동맹의 공고화와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탕으로 한미일 3국 간 협력 또한 새로운 수준으로 제도화되었다. 작년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안보뿐 아니라 경제, 첨단기술, 바이오, 공급망, 에너지, 우주 등 전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번 APEC 정상회의 계기에도 3국 정상은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한미일 사무국을 출범시키는 등 3국 협력 지속 강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원칙 있는 외교 기조를 견지하며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양 정상은 2022년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한 관계 발전을 다짐했으며, 고위급 교류 활성화와 1.5트랙 대화 체제 구축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최근 중국의 일방적 사증 면제 조치 도입 발표와 1.5트랙 대화 참여를 통해 중국의 점진적인 변화 분위기를 감지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한령’ 조치 해제로 이어지고 내년 경주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시진핑 주석의 공식 방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게 한다.
이처럼 달라진 주요국과의 외교 관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국격에 걸맞은 역할 수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출범 당시 제시한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이라는 국가 비전과 국정 목표를 향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전개해왔다.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다면적, 다층적 협력을 심화하며 국제협력을 강화해왔다. 특히 2024~25년 유엔안보리 이사국으로서, 그리고 3년 연속 NATO의 인태 지역 주요 파트너국으로서 국제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안보 증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과 사이버, 우주 안보 등 신형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을 선도하고 있으며, ‘AI 서울 정상회의'(2024년 5월) 및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2024년 9월) 등을 통해 이러한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더불어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대폭 증대시켜 글로벌 사우스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으며, 6·25 전쟁 당시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성장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협력 대상국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상 최초’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개최, 아세안과의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격상 등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성과들이며, 이는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 접점을 넓히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기여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안정화와 북한 비핵화 견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