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소비 시장의 둔화라는 거시 경제적 우려 속에서 가계의 소득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가계의 전반적인 구매력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나, 증가하는 소득만큼 소비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실질 소득은 증가했지만 실질 소비지출은 7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며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1,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4.5% 증가했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득 역시 2.3% 증가하며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소득 증가는 근로소득, 사업소득, 이전소득 등 모든 소득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근로소득은 341만 2,000원으로 3.7% 증가했으며, 사업소득은 90만 2,000원으로 3.0% 증가했다. 이전소득 또한 87만 9,000원으로 7.5% 증가했는데, 이 중 공적 이전소득이 9.9% 증가하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 시장은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5년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 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실질 소득 증가율(2.3%)보다 낮은 수치로, 소비 여력이 소득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교통·운송, 의류·신발, 주류·담배 등 일부 품목에서의 지출 감소가 전체 소비지출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교통·운송 지출은 32만 3,000원으로 3.7% 감소했으며, 의류·신발 지출 또한 12만 1,000원으로 4.7% 감소했다. 반면, 주거·수도·광열(5.8%), 식료품·비주류음료(2.6%), 기타상품·서비스(5.6%) 등에서는 지출이 증가하며 일부 소비를 견인했다.
이러한 현상은 평균소비성향의 하락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8%로 전년 동분기 대비 2.1%p 하락하며 3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대비 소비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이며, 소비 지출 증가율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특히,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평균소비성향이 147.6%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는 가구 구성 변화와 자영자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가계수지 흑자액은 127만 9,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2.3% 증가하며 가계의 저축 여력이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소득 5분위 배율은 6.32배로 전년 동분기 대비 0.34배p 상승하며 소득 불균형이 다소 심화되었음을 시사한다.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88만 4,000원으로 5.6% 증가한 반면,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14만 원으로 1.5% 감소한 결과이다. 5분위 가구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반면, 1분위 가구는 고령자 및 자영자 가구 감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소득 증가라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소비 지출의 둔화와 소득 불균형 심화는 향후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면밀한 정책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소비 시장의 활력을 되찾고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