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 전반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가계 경제와 지역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적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이 정책은 단순히 소비를 유도하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라는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5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7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31조 8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기반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방안을 공개했다. 이 소비쿠폰은 두 차례에 걸쳐 지급될 예정이다. 1차 지급은 오는 21일부터 9월 12일까지 국내 거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최대 40만 원까지 차등 지급되며, 2차 지급은 9월 2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에게 10만 원이 추가 지급된다. 이를 통해 1인당 최대 55만 원의 혜택이 제공될 예정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는 정책의 핵심 목표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지원에 맞춰 엄격하게 제한되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은 쿠폰은 지자체가 지정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지역사랑상품권 앱이나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용·체크·선불카드로 지급받은 경우에는 연 매출액 30억 원 이하의 소상공인 매장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전통시장, 동네마트, 약국, 음식점 등 지역밀착형 업소에서 주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창고형 할인점, 백화점, 면세점 등 대기업 유통 채널과 쿠팡, 네이버쇼핑 같은 전자상거래 플랫폼, 배달앱에서는 사용이 제한된다.
이 정책은 특히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 혜택을 집중하여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그룹을 대상으로 하여, 추가 소득이 소비로 이어질 확률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접근이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추가 소득 중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을 의미하며, 소득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일수록 추가 소득을 생활필수품 구매 등 즉각적인 소비에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계층에 재정 지원을 집중하면 같은 규모의 재정 투입으로도 더 큰 소비 확대 효과, 즉 재정승수 극대화를 통해 경기부양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정책 설계의 긍정적 측면으로는 소비쿠폰의 사용 기한을 11월 30일까지로 명확히 설정하여, 가계가 지원금을 저축하기보다 즉각적인 소비로 연결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 가계의 소비를 신속하게 촉진하여 내수 경제의 즉각적인 활성화를 기대하게 한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최대 36%의 소비 창출 효과를 기록한 바 있으며,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번 추경이 집행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14~0.3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DI 등 주요 경제 기관들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예측치 0.8% 내외를 감안할 때, 소비쿠폰 지급을 통한 경기부양 기대감은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정책 효과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는 영세상인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업종별·규모별 할인율을 세부적으로 조정하여 소비 촉진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회성 소비 촉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시적인 소득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자영업자의 고정비용을 경감하며, 지역 경제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조적 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이는 단발성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복합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단기적인 소비 활성화를 넘어 국민에게 정책에 대한 신뢰와 미래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숙박할인권 사업 등 다른 부처와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경우, 지역 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보호, 취약 계층 지원 등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정책 연계를 통해 한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