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노동력이지만,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열악한 처우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24년 4월 말 기준 260만 명을 넘어선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취업 자격으로 일하는 56만 명을 포함하면 약 10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이제 우리 경제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안 돌아간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는 말이 현실이 된 지 오래지만, 이들은 여전히 ‘슈퍼맨’과 ‘원더우먼’이라 불리기보다는 부당한 대우를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나주의 벽돌공장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학대 사건, 영하 20도 추위 속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그리고 2024년 말 기준 임금 체불 피해자의 8.2%를 차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은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사망률이 한국인 노동자보다 2.3배에서 2.6배 더 높다는 통계는 이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정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크게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적 한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이나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직의 자유가 거의 제한되어 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최초 계약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으며,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그러나 퇴직 후 3개월 안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출국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사업장 변경 신청 자체도 쉽지 않을뿐더러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불확실성은 이주노동자들로 하여금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장 변경 제한은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를 지속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둘째, 한국 사회에 만연한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이고 저열한 문화적 시각 역시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어가 서툴고 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니 그래도 된다”거나, “가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왔으니 이 정도는 감수할 것”이라는 인식은 이주노동자를 인간적인 존엄성을 가진 동등한 노동자로 대우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한국인 고용주 및 동료로부터의 신체적, 정서적 폭력과 학대로 이어지며, 이주노동자들이 꿈꾸던 ‘코리안 드림’을 더욱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한국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는 노동력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수준의 사회적 인식 속에 머물러 있으며, 그들의 노동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한국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슈퍼맨’이자 ‘원더우먼’인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일손 부족을 해결하는 보조 인력이 아닌, 일터의 동료이자 지역의 이웃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들의 국적이 아닌,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라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공식적으로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인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저출생-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선진국들이 이주노동자에 의존하는 현재, 이들에 대한 열악한 대우는 한국을 매력적인 취업 국가로서의 위상을 저하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와 선주민(先住民) 모두에게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며, 그 첫걸음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치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주민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 것이 보편화되는 시대에 발맞춰,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다문화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괜찮은 노동 조건, 거주 환경, 사회 인프라 구축과 함께 다양한 배경을 공유하는 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 사회가 이주노동자와 조화롭게 일하며 함께 잘사는 나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