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콩 자급률 제고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콩 소비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이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햇빛이 풍부해지고 만물이 성장하는 소만 절기를 맞아, 국립식량과학원은 기존 검정콩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기능성 신품종 ‘소만’을 선보이며 소비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쌀 수급 조절과 콩 자급률 향상을 위해 논에 벼 대신 콩을 심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콩 재배면적은 2021년 5만 4,000ha에서 2024년 7만 4,000ha로 크게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콩 자급률 또한 23.7%에서 38.6%로 눈에 띄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생산량 증가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1인당 연간 콩 소비량은 2015년 8.2kg에서 2022년 7.3kg으로 오히려 감소하며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량 증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부진한 현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소비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 검정콩 ‘소만’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기대를 받고 있다. 검정콩은 일반 콩에 비해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하여 암 예방, 혈당 감소, 지질 개선 등 다양한 건강 기능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종자 크기가 작은 검정콩은 예로부터 약콩이라 불리며 그 효능을 인정받아 왔다.
오늘날 소개되는 ‘소만’ 품종은 현재 가장 널리 재배되는 청자5호보다 크기는 다소 작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검정콩 중 항산화 물질 함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암 예방 효과가 있는 이소플라본 비배당체 함량이 기존 품종인 청자5호와 소청자에 비해 최대 3배 더 높으며, 항산화 활성 또한 1.5배에서 3.6배까지 높아 항노화 및 항염증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소만’의 이러한 기능성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었다. 농촌진흥청과 동아대학교의 공동 연구 결과, ‘소만’ 추출물은 암세포 증식과 종양 성장을 유의미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세포 실험에서 ‘소만’ 추출물은 뇌종양, 유방암, 피부암 세포의 수를 각각 52.2%, 40.6%, 58.4%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동물 실험에서도 피부암 모델 쥐의 종양 부피와 무게를 각각 72.3%, 64.7% 줄이는 효과를 보였으며, 이는 재래 검정콩 투여군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기능성뿐만 아니라 재배 안정성과 편의성 또한 ‘소만’ 품종의 강점으로 꼽힌다. 쓰러짐에 강하고 꼬투리가 높게 달리면서도 잘 터지지 않아 기계 수확에 매우 용이하다. 또한, 10a당 약 303kg의 수량성을 기록하며 기존 품종인 소청자보다 약 13% 이상 높아 기능성과 생산성을 모두 갖춘 실용적인 품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소만’은 통상실시업체를 통해 일부 소포장 단위로 유통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종자 보급이 추진될 예정이다. 올해는 현장 실증을 통해 대규모 영농 시 재배 안정성을 재확인하고, 산업체 공급을 위한 원료곡 17톤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계약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원료 수급 체계를 구축하고, 건강기능식품, 환자식, 고령친화식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소만’ 품종의 소비 확대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도 디지털 육종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능성 콩 품종 개발과 산업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소만’이 국민 건강 증진과 국산 콩 산업의 든든한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