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발표는 최근 변화하는 소비 시장 환경 속에서 가계의 실질적인 어려움과 소득 증가의 괴리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히 수치상의 증감을 넘어, 가계가 직면한 경제적 현실을 분석하고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가장 주목할 점은 소비지출의 둔화다. 2025년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 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실질 소비지출이 2023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주류·담배(-4.3%) 항목에서의 지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감소는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음을 시사하며,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반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2025년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1,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4.5% 증가하며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득 역시 2.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원천별로는 근로소득이 3.7%, 사업소득이 3.0% 증가했으며, 특히 이전소득이 7.5% 증가하며 전체 소득 증가를 견인했다. 이러한 소득 증가는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으나, 소비지출 증가율을 상회하는 소득 증가율은 가계가 소득 증가분만큼 소비를 늘리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평균소비성향의 하락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5년 1분기 평균소비성향은 69.8%로 전년 동분기 대비 2.1%p 하락했는데, 이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율보다 소비지출 증가율이 낮았음을 의미한다. 즉, 가계는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를 늘리기보다 저축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득 5분위별 분석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월평균 소득이 1.5% 감소한 반면, 소비지출은 3.6% 증가하여 평균소비성향이 147.6%로 상승했다. 이는 생계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출조차 소득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을 보여준다. 반면, 5분위 가구는 소득이 5.6% 증가하고 소비지출은 2.1% 증가하며 평균소비성향이 56.7%로 하락했다. 이는 소득 수준이 높은 가구일수록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2019년 한국표준 목적별 개별소비지출분류를 적용하여 소비지출 항목 분류를 개편하고, 2006년 자료까지 정비함으로써 시의성 있는 데이터 제공에 힘썼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의 소비 시장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가계 경제의 현실을 면밀히 분석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2025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소득은 증가했으나 소비는 둔화되는 복합적인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 이는 가계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를 유보하고 ‘현명한 지출’을 모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가계의 행태 변화는 경제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될 것이며, 소비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