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탐구와 예술적 영감이 ‘생명의 본질’이라는 근원적 질문 앞에 만났다.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TP)가 주최하는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 강연’과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과학문화행사, 그리고 매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장용선 작가의 개인전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기 존재해왔던 과학과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질문에 답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APCTP는 오는 10월 18일(토) 안동체육관 사이언스 강연장에서 ‘APCTP 올해의 과학도서 저자 강연’의 9회차를 개최하며, 이 자리에서는 ‘한글과 타자기’에 대한 강연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발달과 함께 해온 과학적 발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과학적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노력의 일환이다. APCTP의 이러한 행보는 과학 지식의 보급을 넘어, 과학적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촉발한다.
서울시립과학관 역시 다채로운 과학 교육 및 문화 행사를 통해 시민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2025년 돋보기 프로그램’, ‘일상실험실’ 등은 참여자들이 직접 과학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과학북토크: 달작한 사이언스’ 시리즈는 과학과 책을 좋아하는 누구나 참여하여 깊이 있는 과학적 주제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11월에는 ‘아무튼, 실험실’이라는 주제의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으며, 10월에는 ‘별이 빛나는 우주의 과학자들’에 대한 강연이 진행되는 등, 천문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내용이 다뤄진다. 이러한 행사들은 과학이 더 이상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로서 누구나 접근하고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매스갤러리에서는 조각가 장용선 작가의 개인전이 청담과 한남 지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The Great Cosmic Shower : 물 먹은 별’이라는 제목의 청담 개인전과 ‘Mystic Eclipse : 기울어진 달,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제목의 한남 개인전은 오는 10월 28일까지 열린다. 장용선 작가는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여, 세포의 군집으로 형상화된 조형물을 통해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개인과 우주, 생과 사를 아우르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작품은 작은 세포가 모여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고, 나아가 우주를 떠도는 행성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형상화하며, 천체 물리학자들이 우주에서 생명의 기원을 찾는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 작가는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영원한 물질을 통해 물성의 탐구에 집중하며, 용접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의 색을 통해 우주의 신비로움을 표현한다.
장용선 작가는 작업 노트를 통해 “나의 작업은 ‘생명의 본질’은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밝히며, 천체 물리학자들이 우주에 존재하는 행성,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로부터 생명의 기원을 찾는 연구를 통해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들의 모태가 우주에서 왔다는 점, 그리고 인류의 직계조상이 우주에 존재하는 별이라는 해석을 인용한다. 그는 이러한 과학적 사실을 통해 생명의 본질이 우리 몸, 주변 생물체 등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우주에까지 존재함을 인지시키며,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거대 행성까지 도처에 존재함을 통해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작업 화두를 제시한다고 설명한다. 그의 작품은 ‘생명’에 있어 가장 기본적 단위인 ‘세포’의 군집으로 조형된 형상으로 시각화되며, 파이프 단면의 집적된 구조에서 세포 구성 배열의 시각적 특성을 착안하여 세포와 생명체의 구조를 표현한다. 이는 최소 단위의 모듈을 집적시켜 미시적으로 발아 분열하는 생명체 세포를 나타내는 동시에, 거시적으로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물질, 행성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APCTP의 과학도서 강연, 서울시립과학관의 교육 및 문화 행사, 그리고 매스갤러리의 장용선 작가 개인전은 각각 과학의 대중화와 예술을 통한 철학적 탐구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결국 ‘생명’, ‘우주’, ‘인간 존재의 근원’이라는 인류 공통의 질문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과학과 예술이 서로를 보완하며 인간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이러한 노력이 계속될 때, 우리는 더욱 풍요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