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자부심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실이 직장인과 군인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러한 현상이 구성원 개개인의 ‘일’에 대한 마음가짐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특히 올해 들어 군부대 강연 요청이 부쩍 늘어난 배경에는,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헌신해온 군인들이 정치적 여론이나 대중의 목소리에 상처받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성공 사례는, 당시 NASA의 청소부가 “저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답했던 일화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에 대한 숭고한 의미를 부여할 때 프로젝트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 특히 군인들의 경우, 헌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보상과 사회적 인식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의미를 찾지 못하고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다. 신 교수는 군인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하는 이유가 단순히 금전적 보상 때문이 아니며, 이는 소방관과 같은 숭고한 직업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군인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문제이다. 직장에서 받는 강연 요청에 대해 신 교수가 올해 유독 군부대 강연을 많이 수락한 이유는, 그들이 보내온 메일에서 느껴지는 간절함과 진정성 때문이었다. 군인들이 “군인은 무엇을 먹고 사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단순히 생계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역할과 존재 이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부의 보상이나 인정에 앞서, 개인 스스로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 미국에서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히는 것은, 단순히 위험한 일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함에 대한 국민적 존경의 표현이다. 군인들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 국민들이 그들의 헌신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표할 때 비로소 군인들도 자신의 역할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멋진 대답은, 단순히 직책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일에 대한 깊은 의미와 자부심을 담아낼 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개인적 성찰과 더불어 사회 전반의 가치 인정이 동반될 때, 직장인과 군인들이 겪는 상실감과 혼란을 치유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