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역대 최악이라 평가받는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이며 순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평가가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5년, 특히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정권 초기, 이재명 정부는 ‘역대 최강의 정부’라는 평가와 함께 ‘역대 최악의 대내외 환경에서 시작한 정부’라는 상반된 평가 속에서 출범했다. 민주화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최강의 정부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범 보수 진영의 득표율이 절반에 육박했다는 점에서 견고한 반 이재명 정서 또한 확인되었다.
더욱이 내수 경제 침체로 0%대 경제성장률이 예고되었고, 통상 환경 악화와 주변국과의 외교 복원 난제 등 험난한 출발을 예고했다. 내란 극복을 위한 특검 수사가 윤석열 정권 인사들에게 집중되며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되었고, 야당은 정치 탄압 중단을 외쳤다. 이러한 혼란과 갈등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위기 극복을 이끌어야 하는 중대한 과제가 주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선 압승을 거두지 못한 점은 오히려 국민 통합적 정국 운영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정의를 위한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를 선언하며 진영을 망라한 국민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도층을 만족시키고 보수층을 포용하며 정권 교체의 효능감을 주는 정부가 되는 것이 절실한 과제였다.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발언이 정치적 수사라는 의심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국민 통합 노력과 실용주의 노선은 진심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사에서는 이러한 실용주의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 장관이었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등 보수 진영 인사라도 능력만 있다면 적극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보여주었다. 시민이 직접 공직자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실시하여 7만 4천여 건의 추천을 접수받았고, 일부 공직자는 추천 후보군에서 선발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 없이 출발했기에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여당 의원들을 장관직에 다수 기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으나, 이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또한 특정 지역이나 대학에 편중되지 않고 민간에서 유능한 인사를 깜짝 기용하는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했다.
당대표 시절부터 소통을 강조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취임 한 달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방향을 직접 설명했다. 일부 국무회의 전체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여 국정 의제 논의 과정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혔고, 격의 없고 실용적인 회의 방식 또한 호평을 받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책 아이디어 수렴 방식도 새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행적으로 비공개되던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대변인의 질의응답 과정을 모두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직접 문제 해결자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6월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 중재, 산업재해 발생 SPC 공장 방문 및 회의 주재, 반복되는 산업재해 관련 국무회의에서 해결 방안 제시 등 국민들이 새 정부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 학대 사건 언급,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산림청 책임 문제 지적 등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다만, 시스템이 아닌 대통령 개인기에 의존하는 ‘만기친람’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6월 넷째 주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평가는 64%를 기록했으며, 9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63%를 유지하며 정권 초반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초기 인사 논란은 피하지 못했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재산증식 의혹 사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의 논문 표절 및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는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과거 당대표 시절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의 대거 중용은 보은 인사라는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계기는 8·15 특별 사면이었다. 조국 전 대표나 윤미향 전 의원 사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졌고,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뇌물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야당 부패 정치인까지 사면하면서 비판이 거셌다. 다만,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마무리로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첫 100일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며 국민들의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앞으로 5년, 특히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달려있다. 경제 지표는 다소 호전되었으나 서민들이 체감할 만큼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며, 높은 실업률과 구조적 한계는 여전하다.
여당의 강경 기조와 야당과의 대화 단절은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야당에 대한 특검 수사의 장기화와 보수 진영의 반발 또한 국민 통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미 관계의 긴장, 미국의 통상 압력,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 난제 등 외교적 과제도 산적해 있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며 대화에 참여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새 정부의 노력에 많은 점수를 주었지만, 이제는 결과로 입증해야 할 때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으며, 결국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정부 조직개편안 통과를 앞두고, 이제는 눈에 띄지 않았던 장관들이 앞장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한다. 정부 선의에 대한 호평은 100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