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나 위험을 무릅쓰는 소방관과 같이 숭고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겪는 내면의 혼란과 불안은 어떠한 문제점에서 비롯되는가. 이들은 대개 정치와 무관하게 오직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 하나로 헌신해 왔지만, 때로는 여론이나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에 상처 입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이러한 어려움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현실은 본의 아니게 그들의 헌신에 대한 가치를 퇴색시키고, 스스로의 자부심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나아가 그들은 왜 목숨을 걸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높은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군인과 소방관이 받는 보상이 그들이 감수하는 위험에 비해 적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는 바로 ‘가치 인정’이라는 핵심 솔루션과 연결된다. 아폴로 11호 프로젝트 당시 NASA의 청소부가 “저는 사람을 달에 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던 것처럼, 자신이 하는 일이 단순히 허드렛일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 남을 위대한 임무의 일부라는 자부심을 느꼈을 때, 그 프로젝트의 성공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세상, 국가, 그리고 국민들이 군인과 소방관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그들은 ‘자부심’이라는 강력한 자양분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로 꼽히는 것은 그들이 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함에 국민들이 존경을 표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군인들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 국민들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을 표할 때 그들의 헌신은 더욱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만약 군인과 소방관과 같은 숭고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 전반의 존경심과 가치 인정이 더욱 강화된다면, 그들이 겪는 내면의 혼란과 불안은 크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라를 지킨다’거나 ‘국민의 생명을 구한다’는 일의 중요성과 숭고함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깊이 각인될 때, 이들은 단순히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넘어, 그 자체로 존경받는 존재로서의 자부심을 확고히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그들의 헌신을 더욱 공고히 하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저는 인류에게 봉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혹은 ‘저는 수많은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자부심 넘치는 답변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10여 년간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직장인들의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진료, 방송,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4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