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사진 한 장이나 모르는 번호로 온 메시지 하나가 개인의 삶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 속 범죄’의 배경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점이 존재한다.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안내문처럼, 신분증 분실 신고, 악성 앱 삭제, 개인정보 노출 등록 등의 복잡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절차를 개인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이 겪은 사례는 이러한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름의 문턱을 넘어서던 어느 날, 어머니는 딸을 사칭한 메시지를 받고 신분증 사진을 보내고 링크를 클릭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로 인해 어머니의 핸드폰에는 정체불명의 앱들이 다수 설치되었고, 대포폰 2대가 개통되었으며 10개가 넘는 온라인 사이트에 가입되어 있었다. 또한, 본래 핸드폰 번호를 이용해 50만 원의 소액결제 피해까지 발생했다. 다행히 어머니가 인터넷뱅킹을 사용하지 않아 더 큰 금전적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놀라움과 속상함에 며칠 밤을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이처럼 전화 한 통, 메시지 하나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단순한 기술이 아닌 일상 속 정보 공유를 통한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발 벗고 나섰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4월부터 부산, 강원, 충청 등 농어촌 지역의 고령층을 대상으로 ‘우체국 디지털 교육’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 교육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국 농어촌 지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교육 내용은 단순히 보이스피싱 예방법에 국한되지 않는다. 키오스크, 모바일뱅킹, ATM(현금인출기) 사용 방법 등 고령층의 실질적인 생활 편의를 높이는 다양한 디지털 활용 방법을 알려준다.
이처럼 우정사업본부의 디지털 교육은 어찌 보면 소소하고 평범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고령층에게는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신분증 하나, 카톡 하나로 인생이 흔들릴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거창한 기술이 아닌 일상 속 정보 공유와 교육을 통한 예방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생활 속 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오늘도 전국 곳곳에서 어르신들과 마주 앉아, 이 작은 교육이 모두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은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