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역사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8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진 배경에는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의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절묘한 전략적 선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의 태도를 고려할 때, 한국이 주도적으로 일본과의 협력 체제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히 양자 관계 개선에 그치지 않고, 한미 관계 및 한미일 관계와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8월 25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 성과 설명을 적극적으로 평가하며, 한일 협력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토대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는 트럼프 2.0 시대에 한일 간의 대화와 협력이 전략적으로 필수 과제가 되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한일 양국은 대미 관계에서 관세, 통상 문제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적 차원에서도 인식을 공유하는 ‘동병상련’의 파트너 관계에 놓여 있다.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 끼어 있는 두 나라는 전략적인 이해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시바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차례 대좌 경험을 이 대통령과 공유하며 대미 협상의 지혜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와 워싱턴 일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반일·친중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의심과 오해가 존재했던 상황에서, 이번 전격적인 방일과 미래 협력 상생 합의는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이 대통령이 대일 실용 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취임 후 첫 정상회담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한 데 대해 일본 언론들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며 주목했다. 더불어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와 징용합의 등 과거 국가 간 약속 이행 의사를 표명한 것은 한일 관계의 신뢰와 안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에 개최된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60년간의 관계를 성찰하고 글로벌 질서 변환에 걸맞은 대일 관계 설정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일 외교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17년 만에 발표된 정상 간 합의문은 향후 한일 관계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여기에는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을 포함한 대화 채널 활성화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 젊은 세대 교류 촉진 ▲사회·경제 정책 분야 협력 틀 수립 ▲북한·안보 문제 공조 ▲국제 무대에서의 긴밀한 협력 등이 포함된다. 이는 지난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가 선언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잇는 ‘한일 파트너십 선언 2.0’의 밑그림으로 평가된다.
또한, 현재 일본 정국이 혼돈과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 문제에 긍정적인 견해를 지닌 이시바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역사 인식 문제에 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생 협력의 청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매우 시의적절한 기회였다.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셔틀 외교를 복원하며 개선된 한일 관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가는 데 이번 회담은 크게 기여했다. 잦은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갈등 속에서 공동의 고민을 안고 있는 한일이 전략적인 협력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선택이다. 이번 정상 간 만남은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 외교, ‘앞마당을 함께 쓰고 있는 이웃’과의 전략적 협력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정상회담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