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교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실종 상태였으나,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1일 만에 캐나다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반년 만에 정상 궤도로 복귀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번 G7 정상회의 참석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겪었던 국격 실추와 외교적 소외를 단숨에 만회하고, 한국이 ‘민주주의 회복력’을 갖춘 저력 있는 모범국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유사가치국인 G7과의 우호 관계를 재확인하며 이재명 정부의 핵심 대외 전략 기조인 ‘실용 외교’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그 성공을 위한 굳건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서방 선진 7개국 정상은 물론, 초청받은 다양한 국가의 정상들을 두루 만나 다자 정상외교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의 한국의 국제협력 및 공헌 의지를 다짐하며 국제 질서 운영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책임 있는 강대국의 위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G7 확대 시 한국이 입회할 수 있는 최우선국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짧은 이틀간의 일정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총 9건의 정상회담을 소화하며 우호 협력 강화와 무역 등 주요 현안 논의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끌어냈다. 남아공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는 교역 투자 및 에너지 협력에서, 호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는 방산 및 자원 공급망 확보, 한반도 평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 강화에 합의했다. 특히 진솔하고 격의 없는 태도로 각국 정상들과 친근한 관계를 형성했으며, 브라질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는 유년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 이후 지속 가능성 여부가 주목받았던 한·일 관계 역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 발전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 대통령은 일본 이시바 총리와 양국 우호 관계 지속, 경제 협력 증진, 그리고 올해 수교 6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를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과거 문제는 잘 관리하고 협력의 문제를 더 키워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현하자’는 취지에서 셔틀 외교 복원을 추진하고, 한·미·일 공조 유지 및 발전에 공감하며 성숙한 한·일 관계의 기반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멕시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과도 경제 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 강화에,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와는 북핵 문제 해결 협력에 대한 기약을 맺었다. 유럽연합 지도부로부터는 상호 협력 방안 논의 및 한-EU 정상회담 개최 제안을 받았으며, 주최국인 캐나다 마크 카니 총리와는 G7 파트너십 강화, 안보, 방산, 에너지 안보 협력 심화에 대해 논의하며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서방 선진국들과의 관계 구축으로 ‘실용 외교’의 첫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딘 이 대통령 앞에는 여러 외교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 관련 호혜적 합의 도출,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나 미국 방문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및 우호 관계 형성을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불편해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및 호혜적 협력 증진,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대외 관계에서의 균형과 외교적 자율성을 회복하는 것도 시급하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준비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줄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완전히 단절된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자강력 증진과 굳건한 한·미 동맹 공조를 바탕으로 확장억지 및 도발 억지 태세를 갖추면서 남북 간 소모적 대립 완화 및 소통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 회복, 북·미 대화 재개 지원, 남북 간 호혜적 교류·협력 실현, 북핵 문제 해결 진전, 그리고 남·북·미 3자 간 선순환적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평화 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