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성과 폄훼 시도는 사실 관계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을 한반도 평화와 미래지향적 상호협력을 논의할 상대로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경제 통상 문제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고,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정상 간 논의를 통해 일부 진전이 이루어졌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 초기,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대한 ‘백악관 당국자’의 답변은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해당 답변은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는 다소 뜬금없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어 미국 행정부는 7월 30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정을 요구했으며, 한국의 안보 취약성을 빌미로 한미동맹의 역할 변경, 국방비 증액 및 방위비 폭증, 주한미군 규모 축소까지 시사하며 한국의 양보를 압박하는 행태를 보였다. 급기야는 한미 정상회담 실패를 의도한 듯한 루머까지 확산되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단 3시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당 루머에 대한 게시물을 올리면서 회담 실패가 임박한 상황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난관 속에서도 민주국가로 재탄생한 대한민국 이재명 정부는 국익 수호라는 강력한 의지, 철저한 사전 준비, 그리고 외교적 지혜와 역량을 총동원하여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을 해소하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공식적 신뢰를 구축했으며,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협력의 튼튼한 기틀을 마련했다.
회담 결과와 관련하여 의전 홀대, 동맹 현대화 관련 구체적인 내용의 결여, 공식 발표문 부재 등 몇 가지 논란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은 면밀히 살펴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측면이 있다. 먼저,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 도착 시 미 국무부 의전장이 아닌 에비게일 존스 부의전장의 영접을 받은 것은 미국 측의 사전 정중한 양해를 구한 결과였다. 미국은 연간 국빈 방문 횟수가 서너 번에 불과하며, 전 세계 200여 개 국가를 고려할 때 통상적인 관행에 비추어 볼 때 부의전장의 영접은 결코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번 방미는 ‘공식 실무방문’이었으며,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가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라는 점에서 의전보다는 회담 내용의 중요성이 우선시되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미국 국빈 방문 경험이 없었고 ‘공식 실무방문’을 네 차례 수행했으며, 2017년 6월 첫 방미 시에는 의전장 대리가 공항 영접을 맡았다. 또한,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나 7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역시 의전장 대리의 영접을 받은 바 있다.
대통령 숙소 문제 역시 미국 국무부 발표대로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가 정기 보수공사(renovation) 중이었기 때문에 워싱턴 D.C. 인근 호텔로 결정된 사안이다. 미 국무부는 블레어하우스가 매년 진행되는 정기적인 보수 및 수리를 위해 8월 한 달 동안 운영을 중단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따라서 이를 ‘역대급 홀대’로 비난하는 것은 비난을 위한 비난에 해당한다.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식 실무방문 당시에도 보수공사로 인해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외부 호텔에 투숙했던 전례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목적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신뢰 관계 구축, 동맹의 우의 확인, 그리고 한반도 평화 회복 및 첨단 기술 협력을 통한 한미동맹의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 강화였다. 다른 많은 의제에 대해 미국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중요했던 상황을 고려할 때, 동맹 현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것은 오히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이 의도한 ‘동맹 현대화’는 북한 방어 위주였던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용으로 명확히 하고, 북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며 미군은 지원하는 형태로 변경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4%에서 최소 3.5~3.8%, 나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인 5%까지 인상하고, 작년 말 합의된 방위비분담금 또한 900%까지 증액하려는 압박이 있었다. 이러한 요구는 한국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자칫 한중 관계를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시킬 위험이 있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전략적 유연성’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회담에서 미국의 모든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한국군의 인공지능(AI) 첨단 정예군화, 북한 감시·정찰 능력 향상, 대량의 드론 및 정밀타격 능력 확보 등을 통해 자주 국방력을 강화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하는 등 한국에 필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방비 인상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대신, 다른 미국의 요구는 유예하는 데 성공했다.
공동발표문이 부재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러나 관세 관련 합의된 사항이 다수 있었으며, 미국이 대미 투자 세부 사항을 포함한 합의 발표를 원했으나 한국이 국익 수호를 위해 신중한 처리를 주장하며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발표를 유보한 것이다. 이는 향후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면 발표될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합의 발표를 유보함으로써 시간을 번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정하고 한반도 평화와 미래지향적 상호협력을 격의 없이 논의할 상대로 삼았다는 점에서 최대 성과를 거두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스마트한(smart) 한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여러 차례 평가했으며,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더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직접적인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더불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통상 문제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었으며,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정상 간 논의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 앞으로 남은 중요한 과제로는 관세 협상을 호혜적으로 마무리하고 문서화하는 것, 15%로 하향된 자동차 관세의 조속한 시행, 반도체 및 의약품 등 품목 관세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 보장, 그리고 조선, 원자력, 방산, 첨단 기술 협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 대외 정책의 주축인 한미동맹, 그리고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의 튼튼한 기반이 마련되었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러 협력 강화 가능성에 따라 한중 및 한러 관계 정상화, 전략적 동반자관계 회복 및 호혜적 발전, 양대 강국의 한반도 평화 지지 유도, 남북 관계 정상화 추진이라는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활용한 한반도 평화 회복 및 정착이라는 과업도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전보다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 전방위적 우호 협력과 균형 잡힌 실용 외교를 현실적이고 지혜롭게 구사하여, 한반도 평화 회복과 번영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