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은행 창구에서는 이례적으로 강화된 절차가 시행되고 있었다. 이는 고액 현금 인출 및 이체 거래를 앞둔 고객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최근 급증하는 금융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권의 노력이 본격화되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이 지능화되고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들은 자체적인 고객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고 나섰다.
강화된 문진 제도 시행은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출발했다. 은행 창구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이체 거래를 하는 고객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홍보 동영상을 필수로 시청해야 하며, 최근 발생한 실제 보이스피싱 사례에 대한 안내도 받게 된다. 이는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객들은 복잡해진 절차에 불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은행 측은 보이스피싱 수법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피해액 또한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객의 소중한 자금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임을 강조하며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고객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kf b.or.kr)에서는 신종 금융사기 유형과 예방 방법, 보이스피싱 피해 구제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필수 시청해야 하는 보이스피싱 예방 동영상 또한 이곳에서 다시 시청할 수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사기꾼의 수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특히 정부 기관을 사칭하여 개인 정보와 계좌 정보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인지하도록 돕는다. 만약 현재 진행 중인 자금 이체 상황이 이러한 영상의 내용과 유사하다면, 즉시 이체를 중단하고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추석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명절 관련 사기에 대한 우려와도 맞닿아 있다. 명절 기간에는 교통 범칙금, 명절 선물, 대출, 택배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나 링크 클릭을 자제하고, 금전 선입금을 요구하는 모든 제안은 의심해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범금융권이 추진하는 보이스 피싱 제로(Zero) 캠페인 ‘그놈 목소리 3Go!’는 이러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이스 피싱 의심하Go, 주저 없이 전화 끊Go, 해당 기관에 확인하Go’라는 구호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의 핵심 수칙을 제시한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이스피싱 및 문자 결제 사기 범죄 피해액은 7천 992억 원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7월에는 월별 피해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천 345억 원을 기록하며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신 번호가 의심될 경우, 금융사기 통합 신고 대응센터(1566-1188)를 통해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24시간 운영하는 이 센터는 신고 이력 확인 및 상담을 제공하며, 112에 신고하면 즉시 연결이 가능하다. 악성 앱 설치 등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경찰서를 방문하면 전용 제거 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9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보이스 피싱 정책, 홍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및 구제 관련 신규 제도 제안, 빅데이터, AI, FDS 활용 등 탐지 기법 개발, 그리고 보이스피싱 예방 홍보 영상(쇼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는 국민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대응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려는 금융 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결국, 복잡해진 금융 거래 환경 속에서 개인의 주의와 금융권의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결합될 때,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소중한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