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옷차림을 고민하게 만들고, 옷장 안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시작된 옷장 정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소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발견된 초등학생 시절의 일기장,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어린 시절 소중히 모았던 보물들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했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30여 년 전,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이재우’라는 이름으로 우표를 모아 만든 책받침이었다. 당시 ‘취미와 관련된 만들기 작품 제출하기’와 같은 숙제를 받았던 기억은 희미하지만, ‘취미’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어린 마음에 당시 가장 보편적인 취미였던 ‘우표 수집’을 주제로 숙제를 했던 것이라 짐작된다.
1990년대는 ‘내 취미는 우표 수집’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표 수집이 대중적인 취미였다. 당시 우체국 선배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념우표가 발행되는 날이면 새벽부터 우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우체국 앞이 장사진을 이루었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몇 년 전, 빵을 사면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캐릭터 스티커를 모으는 열풍과도 비견될 만한 위상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손으로 쓴 편지는 점차 사라졌고, 그에 따라 우표를 보거나 우표 수집가를 만나는 일도 점차 어려워졌다. 이러한 현실은 과거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지금은 예전의 위상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커다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표 수집은 여전히 충분히 매력적인 취미임에 틀림없다. 우표는 부피가 작아 보관이 용이하며,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다. 또한, 매년 다양한 디자인의 기념우표가 발행되어 수집의 즐거움을 더한다. 국내 우표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면, 해외에서 발행되는 우표로 시야를 넓혀 얼마든지 수집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은 우표 수집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우표는 크게 ‘보통우표’와 ‘기념우표’로 나뉜다. ‘보통우표’는 우편 요금 납부를 주된 목적으로 발행되며, 발행 기간이나 수량에 제한 없이 소진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발행된다. 반면, ‘기념우표’는 특정 사건이나 인물, 자연, 과학기술, 문화 등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되며, 발행 기간과 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보통우표보다 희소성을 갖는다. 대한민국의 기념우표는 우정사업본부 고시에 따라 매년 10~20회 가량 발행된다. 2025년에는 총 21종의 발행이 계획되어 있으며, 지난 5월 8일에는 가정의 달을 기념하는 ‘사랑스러운 아기’ 우표가 발행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우정사업본부의 기념우표 외에도 각 지방 우정청, 우체국,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체적으로 기념우표를 기획하고 제작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강원지방우정청과 강원일보사가 협력하여 발행한 우표첩 ‘찬란한 강원의 어제와 오늘’은 ‘강원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담아낸 소중한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념우표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더불어 지난해 태백우체국에서 발행한 ‘별빛 가득한 태백 은하수 기념우표’와 올해 4월 양구군에서 발행한 ‘양구 9경 선정 기념우표’는 강원의 청정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며 단순한 수집품을 넘어 지역 홍보 수단으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우표가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쇠퇴하는 현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하지만 우표 수집은 여전히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취미이며, 과거에는 모두의 즐거움이었던 우표가 다시 한번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의 즐거움이자 소중한 기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 이재우 강원지방우정청 주무관
강원지방우정청 회계정보과 소속으로, 2022년 공직문학상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우체국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감정들을 동화로 옮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편함과 편지가 점차 사라져가는 시대지만, 여전히 우체국에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우편물과 택배들이 가득하다. 이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동화로 만들어내는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