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재 사고사망자 수가 과거 대비 크게 감소했지만, 여전히 산업안전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사고 사망자가 집중되고 있으며, 55세 이상 고령 근로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사고 사망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대기업의 위험이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원하청 관계의 문제도 산재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은 중소사업장의 산재 사고 사망을 줄이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관계부처합동으로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일터 :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산재 예방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그동안 논의된 방대한 산재 원인 진단과 대책 모색을 집약한 것으로, 특히 중소사업장의 산재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들을 담고 있다. 새로운 내용으로는 지자체를 중소사업장 산재예방 사업의 주체로 포함하고, 노동자의 알 권리, 참여 권리, 피할 권리를 포함하는 ‘노동안전 3권’을 규정하며, 산재 사업장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이 눈에 띈다.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은 산재 예방 사업의 주체로서 노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점이다. 정부 주도의 제도가 아닌, 노동자와 사업주가 산재 예방 사업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중소사업장의 경우, 각 기업별로 노사가 진행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원하청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도록 하여 기존의 개별 기업 단위에서 사업장 단위로 방향 전환을 꾀한다. 또한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작업중지권 확대를 ‘피할 권리’로 정의하고 보장을 강화했으며, 중소사업장 대상으로 스마트 안전장비와 AI 기술 지원을 통해 회사의 자체적인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노동안전 종합대책>은 단순히 제도를 강화하는 것을 넘어, 당사자인 노사가 산재 예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그동안 간과되었던 현장의 작동성과 관리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사 공동의 산재 예방 노력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중소사업장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러한 노력들이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지역 및 업종 차원으로 확대되어 발휘될 수 있도록 보다 세밀한 관리 방안 마련이 뒤따른다면, 한국의 산업안전보건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