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은행 창구를 찾았던 시민들은 이체 절차가 부쩍 복잡해졌음을 체감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은 이를 예방하기 위한 한층 강화된 문진 제도 및 절차를 시행하고 나섰다. 이는 고객의 소중한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가 전 연령층에서, 특히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지능화되고 금액 또한 커지면서 은행연합회는 전 은행권 공동으로 강화된 문진 제도 시행에 나섰다. 이에 따라 창구를 통해 고액 인출이나 이체 거래를 하는 고객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홍보 동영상을 반드시 시청해야 하며, 실제 발생한 보이스피싱 최신 사례에 대한 안내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조치는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 활동의 일환이다.
이러한 강화된 절차는 때로 고객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한 은행 이용자는 “점점 내 돈을 찾는 것도 힘들어지는 것 같다”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들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점점 더 지능화되고 피해 금액도 커지고 있어,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고객님의 소중한 자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거듭 설명하며 고객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은행권은 고객들이 보이스피싱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영화 같은 작전, 그 주인공은 당신일 수도!’와 같은 제목의 동영상은 정부 기관 사칭 등 보이스피싱 수법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사기범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현실감을 더한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자신의 현재 자금 이체 상황이 영상과 유사하다면 즉시 의심하고 이체를 멈출 수 있는 또 다른 방편을 마련하게 된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kfb.or.kr)에서는 보이스피싱 관련 동영상 2개 이상을 필수로 시청할 수 있으며, 신종 금융사기 유형 안내와 사기 유형별 예방 방법, 피해 구제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부 은행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전담 창구를 설치하는 등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추석 명절 이후에는 교통 범칙금, 명절 선물, 대출, 택배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범금융권은 ‘보이스 피싱 의심하Go, 주저 없이 전화 끊Go, 해당 기관에 확인하Go’라는 ‘보이스 피싱 제로(Zero) 캠페인’을 통해 국민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금전을 선입금으로 요구하는 경우 무조건 의심하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며, 출처 불분명한 문자와 링크를 클릭하지 않는 것이 피해 예방의 최우선 과제이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1~7월) 보이스피싱 및 문자 결제 사기 범죄 피해액은 7천 9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특히 7월 피해액은 1천 345억 원으로 월별 피해액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여 발신 번호는 금융사기 통합 신고 대응센터(1566-1188)에서 24시간 확인 가능하며, 112에 신고하면 즉시 연결된다. 악성 앱 설치 피해를 입었을 경우 경찰서를 방문하여 전용 제거 앱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금융감독원은 9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 ‘보이스 피싱 정책, 홍보 아이디어’ 공모전을 실시하여, 보이스피싱 예방 및 구제 관련 신규 제도 제안, 빅데이터 및 AI 활용 탐지 기법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있다. 이는 사전에 정보 공유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