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일하는 아빠’와 ‘돌보는 아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최근 한국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개인의 진심을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의 지속 가능성과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 사회, 그리고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개인의 긍정적인 변화 노력만으로는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당연시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K-아빠(K-DADDY)’ 문화의 구축은 한국 사회의 양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핵심적인 솔루션으로 제시된다. 이는 단순히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는 캠페인을 넘어, 기업 환경의 변화를 통해 실질적인 돌봄 균형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제로 유연근무제 도입이나 재택근무 기반의 근무 환경을 보장하는 기업일수록 이직률이 낮고 직원 만족도가 높으며, 이는 곧 기업 성과로 이어진다는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파르나스호텔의 경우, 최근 3년간 육아기 단축근무제 사용률이 2배 이상,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60% 이상 증가하면서 2025년 상반기 퇴사율이 3%까지 감소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는 가족친화적인 근무 환경이 기업의 안정성과 매력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임을 시사한다.
기업 내부의 실질적인 문화 전환을 위해서는 ‘실행 구조’ 마련이 중요하다. 육아휴직 복귀자와 기존 직원을 1:1로 연결하는 ‘Care Buddy(케어 버디)’ 제도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조직의 핵심 성과 지표(OKR)에 ‘휴가 사용률’이나 ‘돌봄 균형 지표'(Care KPI)를 포함시키는 것은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팀원의 돌봄 참여를 독려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A 대기업에서 상급자가 육아휴직을 먼저 사용하자 팀 전체의 휴가 사용률이 약 18%p 상승한 사례는 리더의 행동이 조직 문화 전환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정부의 역할 또한 K-아빠 생태계 구축에 필수적이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에 대한 R&D, 세제, 해외 진출 투자 우선 지원, 그리고 ‘Care ESG’ 개념을 반영한 공공조달 및 정부 위탁 사업 우선 선정 등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UNESCO, OECD 가족정책 센터, 아세안 국가들과 협력하여 ‘100인의 아빠단’과 같은 아빠 육아 참여 확산 프로그램을 수출하고, 아빠 대상 리더십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은 한국형 양육 문화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경제 생태계 구조 혁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아빠들의 변화는 개인의 진심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기업, 사회, 국가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일상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K-아빠 문화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사회 혁신 모델이자 세계가 주목할 기준이 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1,800만 회 이상의 누적 노출 조회수를 기록한 ‘100인의 아빠단’ 콘텐츠와 같이, 한국 아빠들이 일상에서 보여주는 아이와의 애착, 성장, 협력의 이야기는 문화 콘텐츠로서 세계와 연결될 잠재력을 지닌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브랜드 신뢰도와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제는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세상을 움직이는 주체로서, 돌봄이 더 이상 가족만의 일이 아닌, 사회 전체가 지지하고 확장해야 할 가치임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