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3D 프린터기부터 용접 기구, 스프레이 실까지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교내 실습 기자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최신 기자재를 안전하게 대여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국가연구안전정보시스템(labs.go.kr)에서 주관하는 ‘연구실안전교육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의무적으로 안전사고 예방 강의를 수료해야만 한다. 특히 실습용 기구 중에는 잠재적인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기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와 철저한 교육이 요구된다.
학과 특성상 빈번한 작품 제작 활동으로 인해 필자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 필수 안전 교육을 이수하게 되었다. 강의를 듣는 도중, 익숙하게 반복되는 안전사고 예방 메시지는 문득 필자에게 ‘2025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를 떠올리게 했다. 이 행사는 주변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강의를 통해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을 넘어, 직접 행사를 방문하여 생생한 정보를 얻고 잠재적 위험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 하에, 행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2025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K-SAFETY EXPO)’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안전산업 전문 전시회다. 이 행사의 근본적인 목적은 최첨단 기술, 혁신적인 제품, 그리고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를 망라하여 국민 개개인의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 박람회는 국내외 유수의 업계 종사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그리고 다양한 공공기관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전시 품목은 화재, 산사태, 침수, 지진 등 자연재해는 물론, 생활안전, 보안 및 치안, 산업안전, 교통 및 해양안전까지 총 8가지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는 최신 안전 기술과 제품을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참가 기업들에게는 국내외 시장에서의 홍보를 통한 안전산업 육성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다.
필자는 사전 신청을 통해 2025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가 개최된 킨텍스 현장을 방문했다. 9월 17일, 행사가 시작된 첫날, 박람회장은 이미 안전산업박람회 참가를 위해 모여든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행사장 입구부터는 코레일, 한국도로공사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다양한 기업들의 부스가 전시되어 있었다. 분말 소화기, 화재 대피용 마스크, 응급처치 장비 키트 제조사와 같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기업들의 재난 안전 제품들을 직접 보고 그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참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부대 행사들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기업의 제품을 부담 없이 살펴보고 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많은 부스에서는 참관객들이 진입 장벽을 느끼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이는 박람회 관람의 몰입감을 한층 높여주었다. 평소 안전 관련 강의를 꾸준히 수강하던 학생의 입장에서, 재난 안전이라는 다소 진중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가 이러한 참여형 방식을 통해 보다 쉽고 부담 없이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인상 깊었다.
특히 전자기기 사용이 잦은 필자에게 유용했던 제품으로는 전류를 차단하여 화재 및 전기 누전을 예방하는 콘센트와 멀티탭을 꼽을 수 있다. 또한, 너무 익숙해져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전력 차단 콘센트나 ‘지키다(GIKIDA)’ 호신용품 등 일상생활 속에서 안전을 책임지는 다양한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보고 그 정확한 쓰임새와 활용 가이드를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일상생활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경험이었다. 흔히 볼 수 있는 분말 소화기와 같은 제품들도 학교에서 배우거나 가정, 공공장소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안전 제품이지만, 이번 행사를 통해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재난 분야별 기업들의 다양한 제품 전시와 함께 인공지능(AI),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 시연이 한자리에 이루어져 볼거리가 풍성했다. 기업들의 실생활 안전 제품들과 더불어, AI나 드론과 같은 첨단 기술과 융합된 혁신적인 제품들을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기업 제품 소개와 더불어 국민안전진흥원, 한국어린이안전재단 등에서 발표한 안전교육 매뉴얼 표지를 함께 전시하여 교육 효과를 높이고 있었다. 2025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는 단순히 안전 제품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위급 상황 발생 시 대처 요령을 담은 행동 강령을 곳곳에 배치하여 학습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안전 제품 소개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안전체험마을’ 프로그램은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K-SAFETY EXPO 누리집(k-safetyexpo.com)을 통해 행사 개요를 자세히 확인한 결과, 안전체험마을은 완강기 사용법, 소화기 사용법, 수상 안전, 비상구 대피 방법, 재난 예방 안전, 가스 안전 등 다양한 재난 대응 방법을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 있었다.
소화기와 완강기는 우리 주변에 흔하게 배치되어 있는 필수 안전 기구다.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그 사용법을 교육받지만, 실제 사용할 일이 드물어 쉽게 잊어버리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정확한 사용법을 직접 배우고, 우리 주변의 안전 제품들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대피 훈련과 더불어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할 매뉴얼로는 응급처치를 꼽을 수 있다. 큼직한 그림과 함께 비치된 응급처치 매뉴얼은 부스 사이사이에 간판처럼 세워져 있거나 넓은 벽에 행동 요령이 부착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눈에 익힐 수 있었다.
부스와 더불어 참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비상구 탈출법, 화재 대피 체험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질적인 위기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장 체험 학습을 위해 방문한 참관객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응급처치 체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심폐소생술 방법, 완강기 사용법, 화재 대피 체험 등 일상생활에서 갑작스럽게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재난 상황 시뮬레이션은 관람객들에게 실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여러 유치원에서 선생님과 함께 안전 대피 훈련을 배우러 온 어린이 참관객들이 많았다. 비상구 탈출 방법을 듣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오지 않을 때의 지름길’ 정도로만 여겨지는 비상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체험을 위해 줄을 서 있던 한 어린이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너무 무서웠다”며, 화재 상황을 연출한 자욱한 연기를 보며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중매체나 책을 통해 익혔던 내용이었지만, 막상 직접 겪어보니 막막함을 느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처럼 안전 대책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재난 발생 시 쉽게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2025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는 남녀노소 누구나 재난 안전 예방책을 직접 참관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값진 행사였다.
박람회 기업 부스에서 다양한 기념품과 키트를 얻을 수 있었다. 실생활 속에서 보석처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안전 제품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여름이 끝나가며 선선해지는 환절기는 날씨 변화가 갑작스러워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시기다. 언제, 어떻게 우리 일상을 위협할지 모르는 안전사고 예방책을 미리 숙지하고, 가정 내 재난 안전 제품들이 잘 갖춰져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