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홍해발 위협 등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혼란과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임기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후반기에 돌입했다. 이러한 복잡하고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주요 성과와 그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국내 정치 및 경제·민생 분야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외교 분야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추진’이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외교적 성과를 창출해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일 내신 대상 언론간담회를 통해 이러한 성과를 설명하며, 외교장관 취임 후 10개월간 100회의 공식 양자 회담을 포함해 총 120여 회의 외교장관 접촉이 있었으며, 대부분 상대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제고되었음을 방증하는 결과로 풀이된다. 통일부 또한 ‘원칙 있는 대북정책’, ‘북한인권 증진 노력’, ‘통일역량 강화’라는 정책 방향을 통해 어려운 정세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왔다고 평가했다.
가장 눈에 띄는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 중 하나는 한미동맹을 명실상부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2023년 4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동맹 70주년 한미 정상회담’은 이러한 재확인의 장이었다.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미동맹’이라는 비전 아래, 자유, 법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으로서의 지향점을 담았다. 또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 굳건한 양국 공조 강화라는 세 분야별 협력 진전을 위한 합의사항을 포함하며 한미동맹이 ‘안보동맹’, ‘경제동맹’, ‘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이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갖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음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양 정상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핵협의그룹(NCG) 신설은 ‘한국형 확장억제’를 구체화함으로써 기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보다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NCG는 핵 운용 관련 사안에 집중하여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며, 북한 핵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관여를 크게 확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례적 전개와 전략핵잠수함(SSBN) 기항 예고는 확장억제의 가시성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성과다. 이와 함께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와 기술·경제안보 협력을 위한 ‘한미 차세대 핵심 신흥 기술 대화 공동성명’ 등의 발표는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진정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자리매김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외교안보 분야의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작년 8월 1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 정상회담을 통해 3국 정상은 ‘캠프데이비드 정신’을 발표하며 3국 협력의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모든 영역과 인도-태평양 지역 및 그 너머에서 3국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 목표를 새로운 지평으로 높일 것을 약속했다. 또한, ‘캠프데이비드 원칙’은 3국 간 파트너십 및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확인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되었다. 특히, ‘3국협의 강화 공약’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3자 차원에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공약한 것으로, 이는 그동안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면치 못했던 동아시아에서의 한미일 안보협력에 있어 큰 의미를 갖는다. 별도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으며, 이는 미국의 오랜 숙원 사업을 진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전반기 외교안보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남북 관계의 경색과 단절이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 규정 등으로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 일로를 걸었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가 이루어졌고, 이에 북한은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렸다. 더불어, 지난해 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은 한반도 우발사태 및 군사 충돌 가능성을 증대한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적으로도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동북아 냉전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으며, 향후 확전 위험과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러시아의 민감 군사기술 제공 가능성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두 가지 새로운 리스크를 안고 있다. 푸틴의 평양 방문 당시 체결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은 이러한 파병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유추되며, 이는 사실상 ‘자동 군사개입’ 조항의 복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후반기의 외교안보 환경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초래할 파장이다.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핵 타협 가능성, 한미 경제·통상 관계 조정 요구, 그리고 대중국 압박에 대한 한국의 동참 요구 증대 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유례없는 위기의 시대에 직면해 있으며, 글로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충돌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증대하는 추세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는 국제정세가 불안정하고 리스크가 클수록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우리에게 닥쳐올 리스크를 분산하고 방지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미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자유, 평화, 번영의 국가안보전략 추구를 통해 미국과의 가치외교 공통분모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에 더하여 유사입장 국가들과의 네트워킹 확대 및 중견국 연대력을 잘 활용하며, 국제정세가 불확실할수록 균형과 탄력성에 기반한 유연한 전략적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