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이 ‘몰입도를 넘어선 산업적 가치 재인식’이라는 숙제를 안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게임업체 크래프톤의 복합 문화 공간인 ‘펍지 성수’를 방문해 ‘세계 3위의 게임강국으로 레벨업’이라는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며, 게임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간담회는 게임 산업의 잠재력을 국가 경쟁력 강화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대통령의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이번 간담회가 마련된 배경에는 게임 산업에 대한 기존의 인식 전환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번 간담회가 게임사 대표, 게임 음악·번역 전문가, 청년 인디게임사 대표, 게임인재원 학생 등 업계 관계자들의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기획되었음을 밝혔다. 이는 게임을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 콘텐츠 수출 효자이자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이 대통령은 간담회 시작 전, 인공지능(AI) 기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인 ‘인조이’를 직접 체험하며 게임의 몰입도와 현실 세계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다른 사람의 세계도 볼 수 있는 것이냐”, “이 세계에서 차 하나를 사려면 몇 시간 일해야 되느냐”와 같은 질문은 게임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경제적 함의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문화산업 국가로 만들자”고 역설하며, 문화산업의 중요한 한 축으로서 게임 분야를 강조했다. 그는 “게임에 대한 인식과 마인드 셋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게임에 대한 몰입도를 산업으로 재인식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곧 게임 산업을 국부 창출과 일자리 마련의 중요한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게임 업계가 요구하는 ‘탄력적 노동시간 운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양면이 있다”고 언급하며, 개발자와 사업자의 요구와 함께 고용된 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정책 판단의 문제로서, 양측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여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어진 비공개 토의 시간에는 업계의 다양한 의견들이 오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주변국과의 경쟁 심화 속에서도 AI 기술 등을 통해 작은 회사의 창의력을 증대시킬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산업으로서의 게임 진흥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정욱 넥슨 대표는 게임이 전략 품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혁신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인디게임 업체 원더포션의 유승현 대표는 “작은 규모의 지원이라도 보다 많은 팀들에게 제공되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실질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함께 노동시간 집약적인 작업의 효율성, 문화콘텐츠 수출 전체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 미래 성장 가능성, 원작 저작권 및 멀티 유즈 여부 등을 꼼꼼히 짚어가며 지원 확충이나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나눴다. 이러한 현장 소통은 게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