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을까. 특히 나라를 지키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이나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경우, 그들이 수행하는 일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실질적인 보상 사이의 괴리가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상황은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헌신에 대한 동기 부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배경에서,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최근 군 부대 강연 요청이 부쩍 늘어난 현상에 주목하며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다. 예년 같았으면 시간과 비용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강연을 거절해왔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군인들이 겪는 마음의 혼란과 불안을 치유하고 자부심을 회복시켜주려는 간절함과 진정성 때문에 강연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정치와 무관하게 나라를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헌신해왔던 군인들이 여론이나 대중의 목소리에 상처 입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방증한다.
신 위원장은 군인과 소방관처럼 목숨을 걸고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직업의 경우, 높은 급여나 풍부한 보상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에서 최고 등급 쇠고기를 우선 군대에 보급하여 군인들이 최고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이것이 바로 세상, 국가, 국민들이 그들의 ‘가치’를 인정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업 1위가 소방관인 것처럼, 선한 가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숭고함에 국민들이 존경을 표하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는 군인들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 국민들이 그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궁극적으로 신 위원장은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멋진 스토리를 만들고 자신만의 대답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는 개개인이 자신의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치를 통해 어떤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군인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헌신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