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상태는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2026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준비금이 2033년이면 소진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현 세대가 ‘빈 곳간’을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위기에 처했다. 이는 현재의 보험료 동결 주장 뒤에 숨겨진 위험한 안일함이며,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방기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재정적 압박의 근본 원인으로는 급증하는 진료비와 고령화 심화,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 및 의료 개혁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연평균 8.1%라는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평균 1.8%)이나 의료비 지출이 높은 미국(2022년 4.1% 증가)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2024년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며, 이미 2022년 전체 진료비의 42.1%를 고령층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진료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암, 심뇌혈관질환, 희귀난치질환 환자의 본인부담을 경감하는 산정특례, 본인부담 상한제 확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그리고 1회 투여에 19억 80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신약 ‘졸겐스마’의 급여화까지, 모두 건강보험 지출을 필연적으로 늘리는 결정들이다. 또한,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의료공급 구조개혁에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전망이다. 분만, 소아, 응급 분야 수가 인상,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연 3조 3000억 원), 포괄2차병원 지원(연 7000억 원), 필수 특화 분야 지원(연 1000억 원 내외) 등 향후 3년간 약 10조 원 규모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어린이병원 적자 100% 보전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시범사업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국민이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불가피한 지출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상태는 이러한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2024년 기준 건강보험 지출은 97조 3626억 원이며, 준비금은 29조 7221억 원으로 급여비의 3.8개월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기획재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건강보험 재정은 2026년부터 적자로 전환되어 2033년에는 준비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은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 발생 시 건강보험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만약 준비금이 모두 소진된 후에야 보험료를 인상하게 된다면, 그 폭은 현재보다 훨씬 커져 국민들에게 더 큰 경제적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 지출은 보장성 강화와 의료 개혁 정책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고령화 심화로 인해 장기적으로도 감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제 성장이나 근로 인구 증가 없이는 보험료 인상 없이는 재정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냉혹한 현실이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담보로 한 현재의 보험료 동결 주장은 현실성이 없으며, 지금 바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