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들이 ‘단군 이래 최고 스펙’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쉬었음’ 상태에 머무르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구체적인 사유 없이 쉬는 청년이 2020년부터 40만 명대를 유지하며 2003년 대비 2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한 청년 세대의 나약함 탓으로 돌릴 수 없으며, 열악한 근무 환경, 부당한 업무 지시,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경험 있는 노동력의 ‘상식적’ 일자리 부재에서 비롯된다. 청년들이 희망하는 월 235만 원 이상의 급여, 합리적인 근무 시간, 정규직 전환 기회, 그리고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업무 등은 ‘특별한’ 조건이 아닌,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일자리의 최소한의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이러한 ‘상식적’ 일자리조차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일자리 창출의 동력인 산업 구조의 침체와 신산업 육성의 실패에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이었던 제조업은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15% 수준으로 감소하며 압축적인 탈공업화를 경험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제조업이 제품 설계나 디자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서비스를 해외에 의존하는 ‘자기완결성 결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줄어든 제조업 일자리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1991년 92% 이상이었던 자영업자 평균 소득/급여생활자 평균 소득 비중이 지난해 35% 미만으로 하락하는, 한국형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로 이어지며,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의 증가는 1991년 청년 일자리 대비 8.3배에 달했던 비율을 올해 0.8배까지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즉, 한국 사회는 고령층이 레드오션인 자영업이나 정부 지원 일자리에 내몰리는 동안, 청년 일자리는 갈수록 사라지는 심각한 산업 생태계의 병폐를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던 산업화 경험과는 차원이 다른, 자기완결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AI 3대 강국’ 비전 실현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인재’ 부족에 있다.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의 인프라가 취약할 뿐만 아니라, 획일주의와 줄세우기,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만을 배출하는 현재 교육 시스템은 AI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기에 부적합하다.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은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모델의 문화와 이질적이며, 이러한 인재 부족은 한국이 ‘데이터 혁명’ 및 ‘AI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한 근본적인 이유로 지목된다.
따라서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AI 3대 강국’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 시스템 및 기득권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AI 전사’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획일적인 현재 교육시스템과 양립할 수 없으며,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동산 카르텔’과의 결별과 함께 ‘부동산 모르핀’ 투입 중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AI 교육을 받은 전 국민이 경제적 여유 속에서 AI 모델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쉬었음’ 청년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기적 사회소득의 제도화가 필수적이다. 이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드머니로서, ‘AI 3대 강국’으로의 성공적인 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