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이했다. 취임 초기, 민주화 이후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한 역대 최강의 정부라는 평가와 함께 국민들의 우호적인 시선 속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역설적이게도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점은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민통합적 정국 운영을 강제하는 동력이 되었다. ‘정의를 위한 통합 정부, 유연한 실용 정부’를 선언한 이재명 대통령은 진영을 망라한 국민 지지 없이는 국정 추진 동력 약화와 개혁 좌초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중도층과 보수 진영을 포용하며 국민들에게 정권 교체로 인한 효능감을 주는 정부가 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실용주의 기조는 인사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키는 파격적인 인사를 통해 능력만 있다면 보수 진영 인사도 적극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보여주었다. 또한, 시민이 직접 공직자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실시하여 약 7만 4천여 건의 추천을 접수하고, 이를 통해 일부 공직자를 선발하기도 했다. 과거 정권들과 비교했을 때 여당 의원들을 장관직에 대거 기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으나,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의원들을 기용한 것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다. 더불어 특정 지역이나 대학에 편중되지 않고 민간에서 유능함을 인정받은 인사를 주요 공직에 깜짝 기용하는 파격적인 행보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대표 시절부터 강조해 온 국민과의 소통을 취임 한 달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국정 방향을 설명하는 것으로 실천했다. 일부 국무회의 전체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여 국무위원들이 국정 의제를 어떻게 논의하고 어떤 대책을 내놓는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했으며, 국무위원 간의 격의 없고 실용적인 회의 방식은 호평을 받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책에 관한 아이디어를 받는 새로운 방식도 시도되었으며, 관행적으로 비공개되던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대변인의 질의응답 과정을 모두 공개하여 투명성을 제고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사로 나선 행보도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6월 광주광역시에서 시민과의 타운홀미팅에 참석하여 지역의 오랜 숙원이던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을 중재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SPC 공장에 직접 방문하여 경영진으로부터 해결책을 듣는 등 현안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산업재해 관련 국무회의에서는 건설 면허 취소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으며, 외국인 노동자 학대 사건 언급,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산림청 책임 문제 지적 등 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발로 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시스템이 아닌 대통령 개인기에 의존하는 ‘만기친람’ 리더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재명 정부의 노력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6월 넷째 주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평가 64%를 기록하며 대선 득표율 49.4%보다 약 15%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였다. 9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긍정평가 63%, 부정평가 28%를 기록하며 정권 초반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층, 나아가 일부 보수층에서도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초기 인사 논란은 이재명 정부 역시 피해가지 못했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재산 증식 의혹 사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 및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또한, 과거 당 대표 시절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의 대거 중용은 보은 인사 논란을 불렀다.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 순간은 8·15 특별사면 때 찾아왔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사면한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졌고,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뇌물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야당 부패 정치인까지 사면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다만,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는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되었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지난 100일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과제는 앞으로 5년이다. 현재 국민들은 새 정부에 우호적인 기대를 보내고 있지만,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보다 경제 지표가 일부 호전되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경기 회복은 아직 미흡하다. 높은 실업률과 1% 안팎의 경제 성장률 예상, 대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고용 지표의 구조적 한계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다.
협치를 이야기하는 정부와 달리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여당의 태도는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야당에 대한 특검 수사의 장기화와 보수 진영의 반발 역시 국민 통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무더기 체포로 인한 한미 관계 긴장, 미국의 지속적인 통상 압력 및 방위비 분담금·국방비 증액 압박 역시 난제다.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 또한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대통령은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새 정부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으나,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이후 “증명하지 못했다”는 평가처럼 정부 역시 유능함을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결국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곧 통과될 정부 조직 개편안을 계기로 눈에 띄지 않았던 장관들이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의 선의에 대한 호평은 100일까지이며,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로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