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0일 라오스에서 개최되는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과 아세안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를 수립하며 최고 수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이는 단순히 외교적 수사를 넘어, 그동안 한-아세안 관계가 직면해 온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CSP는 아세안이 대화상대국과 맺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파트너십이다. 한국은 2022년 CSP 수립을 공식 제안한 지 2년 만에 호주, 중국, 미국, 인도, 일본에 이어 아세안과 CSP를 수립하는 6번째 국가가 된다. 이는 아세안이 대화관계의 성숙도를 인정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세안은 지역 내 힘의 균형을 중시하며 대화상대국과의 관계 관리에 신중을 기해왔다. 단순한 요청만으로 CSP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아세안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CSP 수립 제안 수용은 한국을 아세안의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파트너로 평가했음을 방증한다. 특히 미중 경쟁 속에서 공급망과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에서 한국은 아세안이 핵심적으로 협력할 대상이라는 분석이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CSP 수립은 상징성을 넘어 한-아세안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키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세안은 CSP를 제안한 대화상대국에게 기존보다 더욱 ‘의미 있고 실질적이며 상호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요구해 왔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CSP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120대 협력 과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120대 과제는 ‘한-아세안 연대구상’ 차원에서 추진 중인 사업과 아세안의 요청을 반영한 신규 사업으로 구성된다. 특히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대응 등 미래지향적 협력을 촉진하는 과제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협력 과제들은 아세안이 직면한 중요한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은 디지털 경제 성장 가속화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한국의 경험과 기술력이 절실하며,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 구조를 가진 아세안과의 인적 교류 확대는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미중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아세안과의 안보 협력 확대는 지역 내 안정을 유지하고 다양한 비전통·신안보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과제는 이번 CSP 수립을 계기로 한-아세안 간의 미래지향적 협력을 더욱 구체화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2025년은 아세안이 ‘공동체 청사진 2025’ 이행 결과를 점검하고 ‘아세안 공동체 비전 2045’를 채택하는 중요한 해이며, 동시에 한국과 아세안이 CSP 추진을 위한 새로운 행동계획(Plan of Action 2026-2030)을 마련하는 해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아세안 간 미래지향적 협력의 기틀을 다지고, 양측 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