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응시생이었던 김윤서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은 7년 전, 합격만 하면 어떤 어려운 일도 웃으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었다. 당시 집과 독서실만을 오가며 출구 없는 동굴 속을 더듬는 듯한 시간을 보냈던 그는, 시험장을 가득 메운 응시생들의 진지한 모습에서 자신의 지난날을 떠올린다. 그러나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민원 업무를 담당하며 겪는 현실의 벽 앞에서 그는 처음 품었던 다짐의 무게를 뒤늦게 깨닫고 있다.
김 주무관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업무의 고단함에 그치지 않는다. 아기의 출생신고를 받으며 훈훈함을 느끼기도, 사망신고를 받으며 슬픔을 공유하기도 하는 그의 일상 속에서, 수많은 민원인과의 만남은 때로는 그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정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지만, 대부분 스쳐 지나가는 민원인이기에 일일이 모든 이의 삶에 깊이 관여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그에게 더욱 괴로운 마음을 안겨주었다. 그는 자신이 느낀 어려움이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인지, 아니면 많은 공무원이 겪는 보편적인 어려움인지 동료들과 남편에게 질문하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다.
이러한 그의 감정적 어려움을 추스른 것은 예상치 못한 계기였다. 국가적 재난 상황인 산불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김 주무관은 일요일에도 산불 근무에 나섰다. 읍장님을 포함한 다섯 명의 직원들과 함께 마을을 순찰하며 산불 예방 홍보지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그는 낯익은 마을 풍경을 꼼꼼히 눈에 담기 시작했다. 벚꽃이 피지 않아 한산했던 길거리에서 성묘객들에게 산불 예방 수칙을 안내하며, 그는 작은 노력이라도 보태는 것이 공무원의 일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유관기관의 성금 기부가 이어지고, 동료 주무관들이 성금 접수로 바쁜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자신이 살아가는 이곳이 서로 돕고 보듬는 지역사회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김 주무관은 7년의 공직 생활 동안 느꼈던 자신의 생각을 재정립했다. 그는 공무원이란 주민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와 같다고 정의했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너편으로 이동하여 서로 만나 함께 돕고 살 수 있도록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그에게 튼튼한 돌다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심어주었다. 과거처럼 벽을 더듬으며 느릿하게 걷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뛰어나가고자 하는 의지다. 이는 공직 업무의 꽃인 민원 업무를 통해 만나는 수많은 일화를 통해 매일 성장통이자 글감으로 삼으며,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업무에 임하는 그의 새로운 다짐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