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저성장 국면 속에서 기업들의 상시적 구조조정 체제가 고용불안을 심화시키는 오랜 문제에 직면해 왔다. 또한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의 증가로 인한 원하청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특수고용직 및 플랫폼 종사자와 같은 새로운 고용 형태의 등장으로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가 확대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복합적인 문제들은 기존 법 체계만으로는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을 야기했다.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20년간 쌓여온 노동 현장의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들에 답하고자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026년 3월부터 시행된다.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개정법은 우선 노조법상 사용자의 개념을 확대하여,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2010년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근로조건 지배·결정권을 가진 자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법리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최근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 사업주의 단체교섭 거부가 위법하다는 노동위원회 판정과 법원 판결들이 나오면서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한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역시 형식적 계약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주체를 ‘사실상의 사용자’로 인정하고 교섭에 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더불어 개정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포함시켰다. 과거 판례는 경영상 결정 자체를 단체교섭 및 파업의 대상으로 보기 어려웠으나, 개정법은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으로 근로조건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경우, 이러한 경영상 결정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노동쟁의 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화와 교섭을 통한 문제 해결의 길을 열었다. 이는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간 극단적인 충돌 상황을 피하고 조정 과정을 통해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의 면책 조항과 파업 관련 근로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개별화하는 규정을 마련하여,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대항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면책하고 조합원 개인별 손해배상책임 부과 시 과도한 부진정연대책임의 폐해를 완화하고자 했다. 이는 ‘노란봉투법’ 논의가 처음 시작된 가장 중요한 이유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화함으로써 오랫동안 누적된 고용불안과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이는 단순히 법 개정에 그치지 않고, 산별교섭 및 초기업교섭 등 다양한 교섭 방식의 활성화, 노동자들의 연대 강화, 사용자의 열린 자세,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사고방식이 절실히 요구되며, ‘노란봉투법’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해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