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낯선 대상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을 넘어 개인들의 외로움과 단절감을 심화시키는 ‘사회적 거리감’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를 지탱하는 공동체 문화를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3년부터 ‘온기나눔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온기’는 사람의 체온이 주는 긍정적인 기운을 의미하며, 이는 촉감을 통한 직접적인 교감뿐만 아니라 태도와 행동을 통해서도 서로에게 전달될 수 있는 호혜적인 개념이다.
이러한 온기나눔 캠페인은 멀어진 관계를 회복시키고 사회 문제 해결의 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캠페인의 주체인 자원봉사, 자선사업, 기부운동 관련 기관들과 행정안전부는 온기를 나누는 지속가능한 환경과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법 개정과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력 강화 네트워크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이는 선한 의지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노력은 점차 계절, 절기, 그리고 재난 상황 발생 시마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 바로 ‘볼런투어(Voluntour)’다. 볼런투어는 익숙한 삶의 공간을 벗어나 낯선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단순한 관광의 개념을 넘어선다. 관광이 주로 장소의 풍경을 둘러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여행은 그곳의 사람들과 장소를 깊이 있게 만나고 관계를 맺는 ‘상호작용’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한다. 1990년대 초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몇 개 나라를 방문했는가’에서 ‘어떤 새로운 경험과 발견이 있었는가’로 여행의 관심사가 변화해 온 것처럼, 오늘날의 여행은 ‘어디를 갔는가’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했고, 어떻게 연결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장소 중심의 관광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경험 중심으로의 여행 문화 변화를 의미한다.
‘의미 있는 활동’을 중심으로 사람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볼런투어는 단순한 나눔과 교류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실현하는 여행이다. 볼런투어는 여행지 선택 단계부터 특별한 의미와 목적을 담는 기획이 핵심이다. 이때 선택되는 여행지는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지역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잠재력이 있는 곳이어야 한다.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장소, 숨겨진 오지의 비경, 또는 기후위기로 재난을 겪은 지역을 방문하는 여행은 모두 지역에 대한 배려와 긍정적인 영향을 전제로 기획된 의미 있는 여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장소를 방문하여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나누는 여행 역시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두에 둔 볼런투어에 해당한다.
특히 이러한 목적을 가진 볼런투어에서는 여행지에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여행자와 지역 주민 간의 교류와 연결은 단순한 스침을 넘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순간들로 이어진다. 이는 곧 여행자와 지역 주민 모두에게 서로를 통한 변화의 경험을 선사하며, 일방적인 도움을 넘어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생각이 확장되는 ‘공진화(co-evolution)’의 과정으로 발전한다.
올봄, 산불이라는 재난을 통해 기후위기가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삶과 직결된 현실적인 문제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후위기와 더불어 지역의 인구 감소, 고령화, 저출생과 같은 인구 위기 문제는 우리 일상을 규정하는 현실이 되었다. 따라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느낄 수 있는 만남이 더욱 절실하고 소중해지고 있다. 전국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산불 피해 지역의 응급 복구 이후, 피해 지역 주민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고 서로의 온기를 전하는 재난 회복 여행으로서 새로운 온기나눔 캠페인을 시작했다. 5월 가정의 달에는 많은 지역에서 산불 피해 지역을 찾아가 함께 진달래를 심는 공원 만들기 등 손을 맞잡는 볼런투어가 진행되었다. 이처럼 멀어진 지역과 개인들을 다시 연결하는 온기나눔 여행은 이 봄, 많은 지역에서 제안되고 있으며, 이러한 여행을 통해 우리는 멀어진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