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다 21세의 나이로 전사한 호국영웅 고 김문권 하사가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의 고 김문권 하사로 최종 확인했다. 이는 2000년 4월 유해발굴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올해 열세 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며, 누적 261명의 국군 전사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셈이다.
고인의 신원 확인은 단순히 한 명의 전사자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 유해발굴사업의 중요성과 그간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이번 신원 확인은 주변의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은 제보자와 국유단 전문 조사·발굴팀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세상을 떠나기 전 형을 찾기 위해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던 남동생의 희생이었다. 지난해 10월, 유해 발굴 경험이 있는 한 대대장의 제보를 통해 국유단은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으며, 20여 일간의 발굴 작업 끝에 총 18구의 유해를 수습했다. 그중 한 구가 바로 고 김문권 하사였던 것이다.
고인의 남동생, 고 김인곤 씨의 유전자 시료는 이번 신원 확인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2010년 6·25전쟁에서 전사한 형의 유해라도 찾고자 자택 인근 보건소를 방문하여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2016년에 세상을 떠나 형과의 최종적인 만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유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비로소 72년 만에 형제의 오랜 기다림이 끝날 수 있었다.
고 김문권 하사는 1953년 3월 입대하여 국군 제7사단에 배치되었고, 같은 해 7월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 참전하여 치열한 고지전 속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1932년 6월 전라남도 광산군에서 다섯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그는 결혼 이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남겨둔 채 전쟁터로 향했다. 논산 2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은 후 춘천지구 수용대를 거쳐 국군 7사단 3연대 소속으로 전투에 참전했으며, 1953년 7월 15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서 중공군 4개 사단의 맹공을 격퇴하고 전선을 안정시킨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54년 화랑무공훈장을 수여받았다.
고인의 배우자였던 전봉금 씨는 남편을 20세에 잃고 아들을 홀로 길렀으며, 아들 김종주 씨 역시 20년 전 세상을 떠났다. 현재는 며느리 방금임 씨(71세)와 손자 김규남 씨(44세)가 가문의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방금임 씨는 “시어머니께서 생전에 유해를 꼭 찾아서 국립묘지에 같이 묻히고 싶어 하셨는데, 이제야 함께 합장해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러한 가족들의 오랜 바람이 마침내 이루어진 것이다.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10월 21일 화요일, 광주광역시 서구 유가족 자택에서 진행되었다. 유가족 대표인 고인의 친조카 김대중 씨(54세)는 “아버님께서 생전에 선산 묘지에 갈 때마다 큰아버지의 유해를 찾아 국립묘지에 꼭 안장해 드리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국가가 잊지 않고 유해를 찾아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조해학 국유단장 직무대리(육군 중령)가 참석하여 고인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함께 호국영웅 귀환 패,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였으나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6·25 전사자들의 신원 확인을 위한 국민들의 동참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한 유전자 시료 채취는 6·25 전사자의 친·외가 8촌까지 신청 가능하며, 유전자 정보 제공을 통해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6·25 전쟁 발발 후 오랜 시간이 흘러 참전 용사와 유가족의 고령화로 인해 유가족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유단은 전국 각지의 유가족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직접 방문이 어려운 분들은 대표번호 1577-5625(오! 6·25)로 연락하면 직접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채취할 계획이다. 당신도 ‘유(遺)가족’일 수 있다는 인식 전환과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