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으로 인해 국가적 혼란과 위기가 닥쳤던 시기, 수도를 부산으로 옮겨 국가 기능을 유지하려 했던 절박한 노력의 흔적이 세계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개최된 제6차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국가 체제를 보존하고 국민들의 삶을 지키려 했던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적 중요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단계이다.
우선등재목록은 잠정목록 중에서 유산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이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계획 등이 충족될 때 선정되는 절차이다. 이 목록에 이름을 올린 유산은 향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추가적인 심의를 거쳐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위한 공식 절차인 예비평가 대상으로 신청할 자격을 얻게 된다.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된 것은, 당시 부산이 단순한 피란지가 아닌, 국가로서의 기능을 유지하고 국민들의 생존을 책임졌던 임시수도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사회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인류평화의 가치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 유산은 20세기 중반,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국가 기능과 사회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조성된 국가 단위의 피란수도 사례를 증명한다. 당시 임시수도대통령관저였던 경무대, 임시중앙청(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 국립중앙관상대(구 부산측후소),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부산근대역사관), 부산항 제1부두, 하야리아기지(부산시민공원), 유엔묘지, 우암동 소막 피란주거지까지 총 9개의 구성요소가 포함된 연속유산이다. 또한, 이번 우선등재목록 심의 과정에서는 영도다리와 복병산배수지가 새로운 구성요소로 추가되었으며, 등재 기준과 서술 이 보완되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국가유산청은 앞으로도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이 유산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이번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을 계기로, 한국전쟁이라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 미래 세대에게 평화와 인류애의 가치를 되새기는 중요한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