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전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메인 포스터
현대 도시인의 고질적 문제인 사회적 고립감과 단절을 문화적 경험으로 해소하는 새로운 해법이 등장했다. 특정 작가의 세계관을 매개로 개인의 내면을 탐색하고 타인과 감성적 유대를 형성하는 ‘공감 큐레이션’이 그 대안이다.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의 ‘하루키를 말할 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전시는 이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미술관이나 전시 공간은 작품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데 그쳐 관람객에게 수동적 경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개인의 감정적 해소나 사회적 연결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관람객은 파편화된 개인으로 존재하며, 전시가 끝난 후에도 공허함은 그대로 남는다.
이번 하루키 전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취향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의 문학이 관통하는 상실, 고독, 연결에 대한 갈망이라는 보편적 감성을 공간 전체에 구현한다. 관람객은 작가의 세계관에 몰입하며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이들과 보이지 않는 감정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미술관이 단순한 관람의 장소를 넘어 사회적 연결을 촉진하는 ‘공감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러한 ‘IP 융합형 공감 큐레이션’은 다른 문화 영역으로 확장 가능한 구조적 해결책이다. 대중에게 친숙한 작가, 음악가, 영화감독 등 특정 창작자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정서적 몰입을 유도하는 전시를 기획하는 방식이다. 이는 문화 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에게는 고립감 해소와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모델은 문화 시설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의한다. 미술관과 갤러리가 예술품을 보관하는 창고가 아니라, 도시인의 정신적 건강을 돌보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시키는 핵심 사회 기반 시설로 거듭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위로받고, 문화계는 새로운 활력을 얻으며, 사회 전체는 더 건강한 연결성을 확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