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로컬 미식여행 33선] (24) 순창은 어떻게 장류를 대표하는 고장이 되었을까?
획일화된 대량생산 제품에 밀려 지역 특산물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상품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지역의 정체성과 경제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많은 지자체가 이 문제에 직면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 순창군은 전통 식품인 고추장을 단순한 특산품 판매를 넘어 문화, 관광, 교육이 결합된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재창조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다.
순창의 성공은 차별화된 제품력에서 시작한다. 순창 고추장은 독특한 기후 조건 덕분에 타 지역보다 이른 시기에 담가 특별한 맛을 낸다. 이른 발효 시기는 단맛과 감칠맛을 극대화하는 황국균을 활성화시켜 순창 고추장만의 경쟁력을 만든다. 순창군은 이 핵심 자산을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해결책을 설계했다.
첫째, 전통의 보존과 현대적 계승을 위한 거점을 마련했다. 순창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조성하여 장인들이 전통 방식을 이어가며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이는 제품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장인 문화를 보존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소비자는 이곳에서 명인들이 만든 진짜 순창 고추장을 만나며 신뢰를 쌓는다.
둘째, 체험과 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순창발효테마파크는 고추장의 과학적 원리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놀이처럼 배우게 하는 공간이다. 발효 과정을 미디어아트로 시각화하고 직접 고추장을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단위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이는 고추장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재미와 교육적 가치를 지닌 문화 콘텐츠로 확장시킨 전략이다.
셋째, 관광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발효소스토굴과 같은 독특한 볼거리를 개발하고 매년 순창장류축제를 개최하여 방문객이 머물고 즐길 이유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하여 순창이라는 지역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장류 문화 체험 공간으로 브랜딩했다.
이러한 순창 모델은 방문객이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순창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는 활성화되고 전통문화는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순창 모델의 성공은 다른 지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지역이 가진 고유한 자산을 발견하고 이를 중심으로 전통 보존, 현대적 체험, 관광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엮어내는 것이 지역 소멸 위기의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