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작가의 ‘한달살이 완전정복’이 교보문고 POD 여행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특정 여행 가이드북의 인기는 역설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사회적 갈증을 드러낸다. 최근 ‘한달살이’ 안내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현상은 파편화된 정보 속에서 실패의 위험을 줄이려는 개인들의 절박한 선택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을 넘어선, 체계적인 공공 시스템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해결책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지역생활 사전체험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관광 정보를 넘어선 표준화된 ‘생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비 생활자는 플랫폼을 통해 각 지역의 평균 월세, 교통 인프라, 보육 시설 현황, 원격근무 환경과 같은 실질적인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개인의 블로그나 불확실한 후기에 의존하는 현재의 정보 탐색 방식이 갖는 비효율과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또한 플랫폼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맞춤형 ‘미리살기’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고 연결해야 한다. 각 지자체는 지역의 빈집이나 유휴 시설을 활용한 단기 주거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 이용권, 지역 커뮤니티 연계 프로그램 등을 패키지로 구성하여 제공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직업, 생활 패턴, 예산에 맞춰 최적화된 지역과 프로그램을 추천받고 신청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한다. 이는 개인에게는 안정적인 정착 실험의 기회를, 지역에게는 유휴 자원 활용과 관계인구 유입의 통로를 제공한다.
플랫폼 운영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정책 자산이 된다. 어떤 지역이 어떤 유형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정착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지에 대한 데이터는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된다. 더 이상 추측에 기반한 홍보성 사업이 아닌, 실제 수요에 기반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가능해진다.
한 권의 책이 던진 화두를 사회 시스템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개인이 모든 탐색 비용과 실패의 책임을 짊어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기반을 만들고 체계적인 체험 기회를 제공할 때, 비로소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개인의 삶의 선택지는 넓어진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국가 균형 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