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두고 은행을 찾은 시민들의 경험은 금융 시스템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를 드러낸다. 목돈 이체를 위해 은행을 방문한 한 시민은 모처럼 만에 마주한 낯선 절차에 당황했다. 특히 고령의 고객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이체 및 인출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이는 단순한 절차상의 번거로움을 넘어, 보이스피싱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은행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강화된 절차의 배경에는 최근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심각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전 은행권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강화된 문진 제도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제시된다. 이제 창구를 이용해 고액의 현금을 인출하거나 이체하려는 고객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홍보 동영상을 필수로 시청해야 하며, 실제 발생한 최신 보이스피싱 사례에 대한 안내도 받게 된다. 60대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한 금융사기 예방 문진표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은행 직원은 “점점 더 지능화되고 피해 금액도 계속 커지고 있는 보이스피싱으로부터 고객님의 소중한 자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며, 고객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영화 같은 작전, 그 주인공은 당신일 수도!’라는 제목의 영상은 사기꾼의 정교한 연기력과 함께 정부 기관을 사칭하는 방식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체 상황이 영상과 유사할 경우 즉시 이체를 멈출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화된 문진 제도와 더불어,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한 은행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전담 창구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kfb.or.kr)에서는 보이스피싱 예방 동영상 외에도 신종 금융사기 유형 안내, 사기 유형별 예방 방법, 피해 구제 절차 등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 추석 이후에는 교통 범칙금, 명절 선물, 대출, 택배 등 명절 관련 정보를 사칭한 보이스피싱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출처 불분명한 문자와 링크 클릭을 자제하는 습관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금융감독원과 범금융권에서 진행하는 보이스피싱 제로(Zero) 캠페인 ‘그놈 목소리 3Go!’는 ‘의심하Go, 주저 없이 전화끊Go, 해당 기관에 확인하Go’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금전 선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무조건 의심하고 가족 등에게 확인하는 습관을 권장한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범죄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상반기(1~7월) 보이스피싱 및 문자 결제 사기 범죄 피해액은 7,9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특히 7월에는 월별 피해액 기준 ‘역대 최대’인 1,345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심되는 링크를 절대 클릭하지 않는 것과 더불어, 발신 번호는 금융사기 통합 신고 대응센터(1566-1188)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이 함께 운영하는 이 센터는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며, 112 신고를 통해서도 즉시 연결된다. 악성 앱 설치 시에는 경찰서를 방문해 전용 제거 앱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대응 체계는 피해 확산을 막는 최소한의 방어선이며, 사전에 정보 공유와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보이스피싱 정책, 홍보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정책 및 홍보 아이디어, 빅데이터·AI·FDS 활용 등 보이스피싱 의심 금융거래 탐지 기법,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홍보영상(쇼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주저 없이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이나 자녀에게 확인하는 습관이 금융 범죄 예방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