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인베스트코리아플라자(IKP)에서 열린 '철강 파생상품 관세 애로 상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기존의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할 새로운 철강 수입쿼터(TRQ, 관세할당) 도입을 제안하며 한국 철강 산업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와 업계가 대응 체계 강화에 나섰다. 이번 EU의 제안은 쿼터 물량을 47% 축소하고 쿼터 밖 세율을 20%에서 50%로 인상하며, 조강(melt & pour)국 모니터링 도입까지 포함하고 있어 한국 철강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문제의 발단은 EU가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발표한 새로운 철강 TRQ 도입 제안이다. 이는 현행 세이프가드 제도 하에서의 쿼터 및 관세율을 유지해 왔던 기존 상황과 달리, 실질적인 수입 장벽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쿼터 물량의 47% 축소는 EU 시장으로의 수출 물량 자체를 크게 줄이겠다는 의지를 반영하며, 쿼터 밖 세율의 20%에서 50%로의 인상은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조강(melt & pour)국 모니터링 도입은 EU 역내 철강 생산 및 수입 과정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EU의 움직임에 대해 산업통상부는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철강업계와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며 동향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철강업계는 세계 철강 시장 전반에 확산하는 보호무역 기조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특히, 각국이 수출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국가로의 ‘밀어내기 수출’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불공정 수입 철강재 유입 차단을 위한 통상 대응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근본적으로는 철강 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저탄소·고부가가치 전환에 대한 범부처 차원의 지원 확대를 강력히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EU의 제안 조치가 수개월에 걸친 일반입법 이행 절차를 거쳐 내년에 확정될 경우, 한국의 철강 수출 2위 시장인 EU로의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됨에 따라 다각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EU가 쿼터 물량 배분 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여,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국내 업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우리 이익을 최대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와 한-EU FTA상 적절한 채널을 활용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더불어, 철강 수출 기업들의 애로 해소를 위해 철강 수출공급망강화 보증상품과 철강·알루미늄·구리·파생상품 기업 대상 이차보전사업 신설 추진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달 중에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글로벌 공급 과잉에 대응한 품목별 지원책 마련, 반덤핑 등 제도를 통한 불공정 수입 대응 강화, 저탄소 철강재 기준 수립 및 인센티브 마련, 수소환원제철·특수탄소강 등 저탄소·고부가가치 전환 투자 확대 지원, 안전 관리 강화 및 상·하공정 간 상생협력 확대 등을 담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앞으로도 철강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주요국의 통상 장벽 강화에 총력 대응하고, 한국 철강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적극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