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 만연한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 발표 이후 청년 고용률 하락세가 지속되고, ‘쉬었음’ 청년이 40만 명대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청년 세대의 나약함을 탓하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최저 시급 이하의 급여, 열악한 근무 환경, 사적 심부름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등 ‘상식적’이라고 여겨지는 일자리조차 찾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상식적’ 일자리 부족 현상은 일거리를 창출해야 할 산업 자체가 직면한 위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과거 한국 경제를 견인했던 제조업 일자리는 1991년 전체 일자리의 약 27%에서 현재 15%까지 급감했다. 일본이 50년에 걸쳐 진행한 탈공업화가 한국에서는 33년 만에 압축적으로 진행된 결과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제조업이 생산 부문에만 특화되어 설계,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사업 서비스는 해외에 의존하는 ‘자기완결성 결여’ 상태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대표적인 저부가가치 서비스 부문인 자영업자 증가로 이어졌고,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급여 생활자 평균 소득의 35%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의 초양극화’ 현상을 초래했다.
극심한 소득 불평등은 결혼율과 출산율 저하, 그리고 고령화로 이어지며, 이는 65세 이상 고령층 일자리가 청년 일자리를 추월하는 현상으로까지 나타났다. 1991년 8.3배에 달했던 청년 일자리 대 65세 이상 일자리 비율은 올해 0.8배로 급감했으며, 25~34세 핵심 노동력의 취업자 규모 역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8월 606만 명에서 올해 535만 명으로 70만 명 이상 감소했다. 이는 신산업 육성에 실패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AI 3대 강국’으로의 대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뒤처진 플랫폼 사업 모델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한다. 그러나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난 30년간의 산업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한강의 기적’이 미국이 만든 산업 생태계의 일부를 떠맡는 ‘식민지형 산업화’였다면,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은 ‘자기완결형’, 즉 선진국형 디지털 생태계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의 디지털 생태계 출발점인 플랫폼 및 데이터 경제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점과 더불어, 획일주의, 줄세우기, 극한 경쟁 속에서 ‘모노칼라 인간형’을 배출하는 현재 교육 시스템이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 양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여 전에 없던 답을 만들어내는 인재를 키워내기 어려운 교육 환경에서는 AI 모델 개발만으로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한국의 제조업 생산 조직 문화에 익숙한 ‘모노칼라 인간형’은 분산, 이익 공유,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사업 모델 문화와 이질적이며, 이러한 문화적 차이가 한국이 ‘데이터 혁명’ 및 ‘AI 혁명’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AI 기반 산업체계의 대전환 성공 여부는 ‘인재’에 달려 있다. AI 모델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인재의 몫이며,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 역시 인재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전사 육성’은 이러한 맥락에서 청년 고용 부진 대책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역대 정권의 실패한 산업 정책의 반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노칼라 인재’를 만들어내는 현행 교육 시스템과의 결별이 필수적이다. 또한, AI 전사들의 새로운 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모르핀’ 투입을 중단하고 ‘부동산 카르텔’과의 결별이 필요하며, 전 국민이 생계 압박에서 벗어나 AI 교육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정기적 사회소득 제도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초혁신 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드머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