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 글로벌 불안정, 고물가, 고금리, 청년 실업,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는 산적한 문제들로 인해 국민들의 정신건강까지 위협받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많은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잃고 일상적인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사회 환경은 작은 자극에도 짜증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사회 전반의 정서적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신영철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 위원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우리 민족이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과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과거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성취했던 국민들의 끈기와 희생, 그리고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부모들의 헌신을 예로 들며, 이러한 성과들은 단순한 운이 아닌 우리 민족 속에 깊숙이 자리한 ‘희망의 유전자’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K-pop, K-drama, K-food 등 문화적 성공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서의 위상, 그리고 높은 수준의 질서, 시민의식, 안전함 등은 우리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잠재된 긍정적인 자산과 저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 위원장은 새 정부가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정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정부’로서 국민들의 희생과 열정을 기억하고, 이 에너지가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민 개개인이 가진 창의성, 근면성, 공동체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는 국민을 믿고, 국민은 정부의 진정성과 방향성을 신뢰하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희망의 씨앗’이 자랄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고 햇살을 비추는 것과 같은 과정으로, 이를 통해 진정한 사회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많은 난관이 예상되지만, 신 위원장은 더 이상 ‘혼자 버티는’ 시간이 아닌 ‘함께 걸어가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서로를 돌아보고, 지친 누군가를 일으켜 세우며, 또한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일어설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속에 간직된 ‘희망의 유전자’를 다시 꺼내 들 때, 우리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