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엄마의 염색을 돕기 위해 염색약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작은 궁금증이 생겼다. 염색약 패키지를 뒤집어 유의사항과 소비기한을 확인하려다 우연히 발견한 QR코드 때문이었다. 얼마 전 엄마 염색을 도와드리다가 같은 경험을 했던 터라, 이 QR코드가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알고 보니 이는 ‘화장품 e-라벨’이라는 모바일 화장품 정보 제공 사업으로, 작은 패키지에 깨알같이 담겨 있던 화장품 상세 정보를 QR코드 속 누리집으로 옮겨 놓은 것이었다. 화장품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 편이기에, 특정 회사의 제품에서 이와 유사한 마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하지만 염색약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아 좀 더 자세한 정보 파악이 필요했다.
이 ‘화장품 e-라벨’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정책으로, 제품의 필수 표기 정보를 디지털 라벨로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제부터는 화장품의 주요 정보를 제품 패키지에서 더욱 명확하게 확인하고, 세부적인 정보는 스마트폰 스캔만으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포장 면적을 차지하던 작은 글씨를 줄여 소비자에게는 정보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제조사에게는 패키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과거에는 대형마트에서 염색제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이 뒷면을 뒤집어 상세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번거로움이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포장지 자원 절약에도 기여하며 친환경적인 측면까지 고려한 정책이다.
화장품 e-라벨은 통상적으로 패키지 박스 뒷면, 사용방법이나 유의사항이 기재된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제품명, 제조 번호, 소비기한과 같이 소비자들이 자주 확인하는 정보는 글자 크기를 확대하여 제공하며, 안전 정보나 사용법 등 분량이 많은 추가 정보는 e-라벨 QR코드를 통해 전자기기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크게 압축한 형태다. 물론 모든 정보를 QR코드 안에 집어넣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e-라벨이 표기된 제품의 상세 정보 화면을 살펴보면, e-라벨이 있더라도 패키지 겉면에 반드시 드러나야 하는 정보는 텍스트로 기재되어 있다. 화장품법에서 규정하는 명칭, 영업자의 상호, 내용물의 용량 또는 중량, 제조 번호, 사용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기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바코드 등은 필수적으로 표기되어야 한다. 기능성화장품 표기를 포함한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까지 이전에 패키지에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했던 것들에 비하면, e-라벨 도입으로 패키지에 드러나는 정보량은 현저히 축소되었다. 기존 화장품 패키지는 좁은 면적에 필수 표기 정보를 모두 집어넣어야 해 가독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부혁신 실행계획에 따르면, ‘화장품 e-라벨’ 사업은 2024년 3월 1차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2차 시범 사업에 돌입했다. 특정 브랜드 6개사의 19개 제품에 대한 1차 시범 운행 결과,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2025년에는 제품군을 확대하기로 했다. 1차 시범 사업에서 19개 품목이었던 것과 달리, 2차 시범 사업에는 염색약품을 포함한 13개사 76개 품목이 추가되었다. 특히 2024년 1차 시범 사업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던 ‘염모제’, ‘탈염 및 탈색용 샴푸’ 등 제품들이 이번 2차 시범 사업에 새로 포함되었다. 대형마트나 화장품 매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색제 제품이 2차 시범 사업 대상에 포함된 것은 많은 소비자들이 e-라벨의 편리함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확대되었음을 의미한다.
평소 작은 글씨 때문에 필요한 정보도 제대로 읽지 않고 패키지를 버리는 경우가 많았던 소비자들에게, QR코드 스캔만으로 상세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편리하게 다가올 것이다. QR코드를 직접 스캔하여 세부 정보를 확인해 보니, 카메라로 간단하게 인식만 해도 큰 글씨로 제품 필수 표기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세부 정보 화면에는 제품명, 영업자 상호 및 주소, 내용물의 용량 및 중량 등 정보가 깔끔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시력이 좋지 않아 작은 글씨를 읽기 힘들어하는 엄마 역시 e-라벨을 체험해 본 후 매우 만족하셨다는 후문이다. 이용 방식이 간단할 뿐 아니라, 좁은 공간에 몰려 있던 과다한 정보를 적절히 나누어 살펴볼 수 있어 알레르기 성분 등을 확인할 때도 좋겠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음성변환 기능(TTS)까지 도입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는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세부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혹시 트러블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맞지 않는 성분이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느라 고생했던 날들을 떠올리면 e-라벨의 등장이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주변 친구들에게 화장품 e-라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자,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편리하게 이용 중’이라는 답변을 들려주었다. 자주 사용하는 제조업체가 화장품 e-라벨 시범 대상이라, 패키지를 뒤집어 카메라부터 대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용기에 정보가 적혀 있어도 글자가 너무 작아 잘 읽지 않게 되었는데, e-라벨이라는 간편한 수단이 등장하면서 오히려 더 찾아 읽게 된다는 말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화장품 e-라벨을 스캔하면 확인할 수 있는 상세 정보 화면은 패키지에서 볼 때보다 훨씬 큰 글자와 명확하게 구분된 인덱스로 가독성을 높여주었다.
“그런데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e-라벨 시범 사업 대상 제품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어?”라는 친구의 질문에, 직접 마트 상품 판매대에 들러 확인해 보았다. 조사 결과, 화장품 e-라벨 대상 제품은 패키지 뒷면에서 “화장품 e-라벨 시범 사업 대상 제품입니다.” 또는 “QR코드 스캔으로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세요.”와 같은 문구를 통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안내되어 있었다. 제품을 구매할 때 간단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구분이 가능하여, 시범 사업 대상 제품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제품을 뒤집어 QR코드나 해당 문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아직 모든 제품에 적용된 것은 아니므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화장품 e-라벨은 전자적 정보 제공 방식이므로 유효기간이 없다는 장점 또한 가지고 있다. QR코드만 있다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정보 확인이 가능하며, 화장품 필수 정보는 건강을 위해 가급적 숙지하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작은 글씨로 정보 가독성을 해치는 상황에서, 화장품 e-라벨이 새로운 해결책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