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위기’라는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민주주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와 그로 인한 소비 위축은 한국 경제를 빈사 상태로 몰아넣었고, 경제 심리는 급격히 추락했으며 실질 소득 역시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러한 상황은 마치 ‘경제 전염병’이 확산하며 경제 주체들의 자신감을 앗아가고, 과거와 달리 ‘자발적’ 경제 생태계 붕괴를 야기하는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았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출범한 새 정부는 ‘위기 관리 능력’을 시험대에 올렸다. 인수위 기간 없이 출범한 지난 두 달간, 새 정부는 민주주의 회복과 더불어 경제 심리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소비심리지수가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며 34개월간 지속된 부정적 경제 심리가 긍정적으로 전환되었고, 지난해 2분기부터 4개 분기 동안 지난해 1분기 GDP 수준에 미달했던 경제 상황은 올해 2분기에 이르러 회복의 늪에서 벗어났다. 특히 가계 소비는 2분기 성장률 0.6%에서 0.2% 포인트를 끌어올리며 2분기 내수 성장 기여도가 이전 1년의 -0.2% 포인트에서 +0.3% 포인트로 급반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주식 시장이 빠르게 반응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심리적 개선만으로는 실물 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물 경제 개선은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가계에 대한 구제 및 지원을 통해 가계 소득을 강화해야만 가능하다. 이러한 단기적인 필요에 따라 ‘소비 쿠폰’으로 불리는 ‘민생지원금’이 도입되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빈사 상태에 놓인 소비를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도입된 12.1조 원 규모의 소비 쿠폰은 1분기 가계 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에 비해 1/3 수준에 불과하며, 145조 6395억 원에 달하는 가계 소비 연간 부족분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각 부처에 추가적인 소비 진작 프로그램 준비를 당부하기도 했다.
더불어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를 위해 식음료 및 에너지 등 생활 물가 안정은 필수적이다. 2020년 대비 지난달(6월) 전체 소비자 물가는 16.3% 상승했으나,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는 27.3%나 올라 고물가가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 소득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재명 정부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러한 생활 물가의 심각성을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소비 쿠폰이 ‘산소 호흡기’와 같은 단기적인 처방에 해당하며, 재정 부담으로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급한 불을 끈 이후에는,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임금) 지급의 제도화가 민생 회복의 충분조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1월 20일 ‘미국 구조 계획법(the American Rescue Plan Act)’에 서명하며 경기 부양을 위해 2021년 미국 GDP의 8%에 달하는 1.9조 달러 예산을 요청했던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의 대응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연평균 3.6% 성장률을 달성하며 정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 반면, 한국은 2020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GDP의 0.7%에 불과한 14.2조 원을 투입했고, 그 결과 2020년 가계 소비 지출은 GDP의 3.9% 규모인 79조 3394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은 가계와 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전례 없는’ 4중고를 야기했으며,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의 배경이 되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인수위 기간에 해당하는 지난 두 달간 보여준 위기관리 역량에 시장은 합격점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며,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쿠폰은 이러한 실물 경제 전환을 위한 발걸음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이고 구조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