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이했다. 역대급으로 험난했던 대내외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일부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은 이제 막 여정의 시작일 뿐, 진정한 시험대는 앞으로의 5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들은 새 정부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으로 기대감을 표하고 있으나, 약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출범 배경에는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있었다. 또한 내수 경제 침체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악화된 통상 환경, 그리고 껄끄러운 주변국과의 외교 복원이라는 복합적인 난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위기 극복을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재명 정부는 ‘통합 정부’와 ‘유연한 실용 정부’를 기치로 내걸었다. 대선 당시 과반 득표에 실패하며 확인된 ‘견고한 반 이재명 정서’를 고려했을 때, 국민적 지지 없이는 국정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중도를 만족시키고 보수진영을 포용하며 정권교체로 인한 효능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절실한 과제가 되었다.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발언은 이러한 맥락에서 진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용주의 기조는 인사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시킨 것처럼, 보수진영 인사라도 능력이 있다면 적극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시민이 직접 공직자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제를 실시하여 약 7만 4천여 건의 추천이 접수되었고, 일부 공직자는 이 추천 후보군에서 발탁하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여당 의원들을 장관직에 기용한 것에 대한 비판도 있었으나,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다. 특정 지역이나 대학 편중 없이 민간에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인사를 주요 공직에 기용하는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되었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 온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 방향을 직접 설명했다. 일부 국무회의 전체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여 국정 의제 논의와 대책 마련 과정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렸고, 격의 없고 실용적인 회의 방식도 호평을 받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받는 방식 또한 신선하다는 평가를 얻었다. 관행적으로 비공개되던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과 대변인들의 질의응답 과정까지 언론에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한 점도 눈에 띈다.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사로 나선 점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6월 광주광역시에서 시민 타운홀미팅에 참석해 지역의 오랜 숙원이던 광주 군공항 이전 갈등을 중재했고, 산업재해가 발생한 SPC 공장을 방문해 경영진으로부터 해결책을 청취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관련하여 국무회의에서 건설면허 취소와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외국인 노동자 학대 사건 언급, 이태원 참사 유가족 면담, 산림청 책임 문제 지적 등 국민들이 새 정부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발로 뛰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시스템보다는 대통령 개인기에 의존하는 ‘만기친람’ 리더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재명 정부의 노력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났다. 한국갤럽의 6월 넷째 주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 평가율 64%를 기록했으며, 9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63%를 유지하며 정권 초반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진보 진영을 넘어 넓은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순탄하기만 했던 100일은 아니었다. 초기 인사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오광수 민정수석의 재산 증식 의혹 사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의 논문 표절 및 ‘보좌관 갑질’ 논란으로 인한 지명 철회 및 자진 사퇴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과거 당 대표 시절 변호를 맡았던 법조인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지율 측면에서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은 8·15 특별 사면이었다. 이 사면으로 인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국민 통합을 위한 사면이었으나, 조국 전 대표나 윤미향 전 의원을 사면한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또한 여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뇌물 혐의로 실형을 받은 야당 정치인까지 사면한 것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다행히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마무리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의 100일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00일이 아니라 앞으로의 5년이다. 현재 국민들의 기대와 우호적인 시선은 1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통해 증명되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윤석열 정부 때보다 경제 지표는 일부 호전되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할 만큼 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며 높은 실업률과 1% 안팎의 예상 경제성장률, 그리고 대기업의 해외 공장 이전으로 인한 고용 지표 개선의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야당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는 강경 기조는 결국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에 대한 특검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피로감과 보수진영의 반발 또한 국민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의 한국인 무더기 체포로 인한 한미 관계 긴장, 미국의 지속적인 통상 압박,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 압박, 그리고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과의 우호적 관계 구축 난항 등은 앞으로 넘어서야 할 난제들이다.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때일수록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대 진영을 설득하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국민들은 새 정부의 노력에 많은 점수를 주었지만,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이후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였다는 비판처럼, 정부 역시 본인의 유능함을 결과로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결국 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곧 통과될 정부 조직 개편안을 기점으로, 눈에 띄지 않았던 장관들이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정부 선의에 대한 호평은 100일까지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