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경쟁력 약화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재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2025년 예산을 약 728조 원 규모로 편성하고 이 중 AI 분야에만 10조 1000억 원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작년 대비 3배 증가한 수치로, 특히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1조 1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AI 팩토리 구축, 피지컬 AI 개발, 휴머노이드 개발, 온 디바이스 AI 개발 등 핵심 과제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가 이러한 정책적 기조를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예산과 국정과제 전반에 녹여내는 것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단순히 기술 개발과 예산 투입만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가 제시한 AI 기반 제조업 혁신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AI 팩토리 구축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접근 방식이다. 2030년까지 500개 이상의 AI 팩토리 구축이라는 양적 목표에 앞서, 제조업의 다양한 규모와 종류에 맞는 성공적인 참조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산업 인터넷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를 야심 차게 내놓았으나, 대상 고객의 실제적인 고민과 현장 적용을 간과하여 실패했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는 기술 자체의 우수성만큼이나 현장과의 괴리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새롭게 부상하는 피지컬 AI 분야 역시 기회와 위험 요소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기존 AI 학습 데이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인과 관계, 추론 메타데이터, 다양한 맥락과 비정형적 상황 데이터, 시공간적 일관성, 멀티모달 통합, 상호작용 및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 등을 포함하는 새로운 데이터 구성이 필수적이다. 이는 피지컬 AI 분야가 마주하는 매우 어려운 도전 과제이며, 이와 관련된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 같은 플랫폼의 중요성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한다. 국내에서 자체 플랫폼 개발 또는 선진 기술 도입이라는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과거 디지털 트윈 과제들의 경쟁력 수준을 냉철하게 재평가하고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강점인 산업단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산단의 특성에 기반한 AI 고도화 과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모델과 같은 복합 솔루션 검토를 통해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산업 AX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기업과 AI 전문 기업 간의 적극적인 라운드테이블 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협업 방안을 모색하며,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 AI 허브와 같은 공간을 조성하여 모범 사례, 기술 솔루션, 데이터를 개방함으로써, 타 기업의 AI 전환 사례를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산업 AX는 아직 어느 나라도 본격 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역이며, 각국의 제조 현장, 문화, 업무 방식이 다르기에 단일 모델이나 방법론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팔란티어처럼 단순히 솔루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엔지니어들이 직접 고객과 협력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효과 분석 및 데이터 확보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산업 AX는 회사가 아닌 현장에서, 현장 엔지니어 및 전문가와 함께 과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두 문화 간의 간극을 좁히고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는 것이 이 국가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산업 AX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경쟁력 기반을 재건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해 성공 사례를 반드시 만들어내고, 끊임없는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민첩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이러한 기민성을 살려나가는 것이 성공적인 산업 AX 구현의 핵심이 될 것이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