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민원발급기 앞에서 씨름하고, 정부24에서 ‘세대주 확인’을 하지 못해 숨 가쁘게 행정복지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디지털 시대의 그늘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술 발전의 혜택이 모든 시민에게 고르게 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공무원의 역할이 단순 행정 처리를 넘어선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늘날 행정 서비스는 눈부신 디지털 전환을 이루고 있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며칠이 걸릴 작업을 단 몇 분 만에 완성시키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카페나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먼저 찾는 일상처럼, 우리는 기술의 편리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고령층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충주시 주덕읍 행정복지센터의 김윤서 주무관은 민원 현장에서 이러한 어려움을 매일 마주하고 있다. 그는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발급을 위해 무인민원발급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을 목격하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5분이면 끝날 일을 수십 분째 씨름하는 어르신 앞에서, 행정 담당자는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다른 민원인들로 인해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또한, 모바일 신분증 발급을 원하는 어르신들이 앱 설치, 본인 인증, QR코드 촬영 등 익숙하지 않은 절차에 난항을 겪는 모습은 디지털 격차가 야기하는 행정서비스 접근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은 마치 디지털 시대라는 트랙 위에서 빠르게 뛰어가는 젊은 세대와, 불편하고 무거운 신발을 신은 듯 첫걸음 떼기를 망설이는 어르신들의 모습으로 비유될 수 있다. 김 주무관은 공무원이 이 트랙에서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라톤에서 페이스 메이커가 주자가 지쳐갈 때 곁을 지키듯, 공무원은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어르신들이 낙오되지 않도록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급속도로 변화하는 디지털 행정 환경 속에서 어르신들이 행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겪는 어려움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공무원은 단순히 민원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기술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따뜻한 온기를 전하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어르신들이 “한 걸음 더 천천히 간다 해도 늦는 게 아니다”라는 인식과 함께, 행정 서비스 이용이 더 이상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