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경제가 ‘전례 없는 위기’라는 진단 속에 놓여 있다.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긍정적 기조에도 불구하고, 경제 심리 위축, 소비 부진, 성장률 둔화 등 복합적인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발표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개월간 새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심리적 개선 또한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비쿠폰은 현재 심각한 침체에 빠진 소비를 단기적으로 살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1분기 가계지출 부족분 36조 4099억 원에 비해 12.1조 원이라는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연간 가계소비 부족분 145조 6395억 원을 고려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이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경제 회복을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던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미국은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 구조 계획법’을 통해 2021년 미국 GDP의 8%에 달하는 1.9조 달러를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했다. 당시 추경안에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한 전례 없는 대응”이라는 제목이 붙을 정도였다. 이러한 과감한 재정 투입은 소비 지출의 완전한 회복과 함께 2000년 이후 역대 정부 중 최고의 기록인 연평균 3.6% 성장률 달성에 기여했다. 또한, 높은 성장률은 정부 채무 안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021년 1분기 GDP 대비 121.4%까지 치솟았던 미국 정부 채무는 추경 집행 이후 빠른 경기 회복과 GDP 증가로 2023년 1분기에는 109.5%로 하락했다. 가계 구제 지원에 힘입어 가계 부채 또한 2019년 말 74.6%에서 2023년 3월 73.2%로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면, 한국의 경우 2020년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14.2조 원(GDP의 0.7%)을 투입했지만, 그해 가계 소비 지출은 GDP의 3.9%에 달하는 79조 3394억 원이나 감소했다. 이후 소비 지출 감소액은 다소 줄어들었으나, 2023년 4.0%에서 올해 1분기 5.5%까지 다시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가계,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각각 약 2배, 4배, 5배 증가했으며,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은 2020년 수준으로, 실질 소비 지출은 201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성장률 역시 미국에 뒤처지며, 정부 채무는 2019년 말 35.4%에서 2023년 말 46.9%로, 가계 부채는 2019년 말 89.6%에서 2023년 9월 99.2%까지 급증하는 ‘전례 없는’ 4중고를 겪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산소호흡기’와 같은 응급 처치일 뿐, 지속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고물가, 특히 식료품 및 에너지 물가 상승률(27.3%)은 서민과 중산층의 실질 소득에 훨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싱가포르가 소득 계층별 물가 상승률을 관리하며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은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궁극적으로 민생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쿠폰과 같은 단기적인 지원을 넘어, 정기적인 민생 지원금 지급, 나아가 재정 부담이 없는 정기적인 사회 소득(임금) 지급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소비 심리 개선을 넘어 실물 경제의 방향을 확실히 전환시키고, 경제 주체들의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