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맞아 정부와 공공기관의 디지털 전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단순한 기술 도입에만 집중할 경우 혁신의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운영의 핵심 기반이 되어야 할 ‘로그 시스템’의 부재는 서비스 개선과 AI 활용 모두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로그(Log)’는 원래 항해일지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현대 IT 시스템에서는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벤트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용자 로그인, 파일 삭제, 시스템 오류 발생 등 다양한 사건들이 시간 순서대로 기록된다. 시스템 로그는 시스템 운영에 필수적인 정보를 담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 로그는 특정 프로그램의 작동 기록을, 보안 로그는 로그인 실패나 권한 변경과 같은 보안 관련 사건들을 기록한다. 이러한 로그 데이터는 단순히 기록을 남기는 것을 넘어, 서비스의 성능을 진단하고 개선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공공서비스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는 이러한 로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로그가 없다면 어떤 메뉴가 사용 빈도가 높은지, 사용자들의 불편함은 무엇인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메뉴 배치 개선이나 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서비스의 성능 저하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웹사이트 로딩 속도가 8초 이상 걸리는 경우 사용자의 40%가 이탈하며, 5초 이상이면 사실상 ‘죽은 사이트’로 간주된다는 통계는 로그 데이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공서비스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함과 좌절감은 이러한 기본적인 데이터 기록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AI)은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 부문의 AI 전환은 더욱 심각한 과제를 안고 있다. AI 비서가 과거 유사 업무 사례를 찾아 제안하거나, 회의록을 기반으로 해야 할 일, 책임자, 기한 등을 정리하여 캘린더에 자동으로 등록해 주는 등 효율적인 업무 지원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존재는 물론, 클라우드 기반의 통합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며, 업무 자체가 곧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지는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AI 전환은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스마트하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그가 없는 웹페이지를 만 년 동안 운영해도 서비스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듯, 근본적인 데이터 인프라 구축 없이 AI만으로는 실질적인 서비스 개선과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공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미래 AI 시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로그 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데이터 기반의 체계적인 접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