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싱글 노인’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혼자 사는 노인의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며, 이는 단순히 개인의 삶의 문제를 넘어선 사회 전반의 어려움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15만 2700명에 불과했던 싱글 노인은 2024년 219만 6000명으로 10년 만에 무려 1.9배 늘어났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 인구의 22.1%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이는 같은 기간 싱글 노인 증가 속도가 1.4배였던 일본의 상황과 비교해도 얼마나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와 1인 노후화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누구라도 예외 없이 맞이할 수 있는 현실임을 시사한다. 싱글 노인이 되는 주요 원인으로는 부부의 사별, 중년 또는 황혼 이혼 후 재혼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평생 결혼하지 않고 나이 드는 생애 미혼 등이 꼽힌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대한민국은 지난 2023년 12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통계청 장래인구 추계는 더욱 심화될 상황을 예고한다. 2036년에는 일본의 현재 수준인 30%를 넘어서고, 2045년에는 37%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스웨덴과 같은 선진국의 사례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스웨덴은 전국 평균 1인 가구 비율이 57%에 달하며, 수도 스톡홀름은 60%에 이른다. 이는 2023년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 35.5%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지만, 이러한 높은 1인 가구 비율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살기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충분히 행복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따라서 혼자 사는 노후를 행복한 노후로 만들기 위해서는 ‘돈’, ‘건강’, ‘외로움’이라는 노후의 3대 불안 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시급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경제적인 문제다. 현역 시절부터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구성되는 3층 연금을 통해 최저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마저 부족하다면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남편 사망 시 혼자 남을 배우자의 노후 생활비를 위한 종신보험 가입은 현실적인 대비책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의료실비보험 가입을 통해 불의의 사고나 질병 발생 시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것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독력’, 즉 외로움에 견디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고독감은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독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혼자 살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자신에게 맞는 취미 생활을 영위하며, 새로운 공동체에 편입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고립을 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주거 형태다.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이웃이야말로 가장 든든한 복지 시설이 될 수 있다. 이미 고령 사회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18~20평의 소형평수이면서 쇼핑, 의료, 취미, 오락, 친교까지 모든 생활 편의를 가까운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 이는 아직 대형이나 고층 아파트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노년 세대들이 진지하게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노후 생활비 준비 방법 또한 변화해야 한다. 전통적인 남편 중심의 준비에서 벗어나, 홀로 남겨질 가능성이 큰 아내를 배려하는 준비로 전환이 필요하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의 72%가 여성이며, 70세 이상에서는 78%가 여성이라는 통계는 혼자 사는 노후가 여성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님을 보여준다. 따라서 아내가 홀로 살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연금, 보험 등에 대한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 가족 해체가 진행되는 한편에서는 가족 회복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일본에서는 한 건물 안에 3대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개축 시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그룹리빙이나 공유 경제 등을 통해 노인이 젊은 세대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우리가 고독한 노후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맞서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