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는 과거 BTS,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케이팝 그룹 블랙핑크, 세븐틴, NCT는 BTS의 앨범 판매 기록을 경신했으며, 특히 스트레이 키즈는
이러한 한류의 확산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게 하며, 이는 한국 관광의 새로운 기록이다. 연간 3000만~4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일본, 중국과 2024년 1억 명을 기록한 프랑스에 비하면 아직 세계 최고 관광 대국이라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한류의 강세는 한국 관광의 밝은 미래를 예고한다. 거리에서 한국을 직접 경험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한류에 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다. 관광 유튜버들이 한국의 밤거리, 홍대, 성수동의 즐거움을 생중계하는 동시에 명동, 광화문, 건대 등지에서 벌어지는 과격한 혐중 시위 또한 전 세계로 송출되고 있다. 이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이를 시청하는 다른 외국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이면에 대한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한류를 접하는 전 세계 팬들은 콘텐츠 내부에 내재된 인종주의적 감수성과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글로벌 팬덤 내에서는 이미 새로운 남성성, 여성성을 포함한 젠더 표현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한국 콘텐츠는 기존의 지배적인 남성성에 대한 대안으로 부드러운 남성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아이돌 문화는 세계 청년들에게 보다 자유로운 젠더 정체성 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차 자료가 되고 있다. 또한, 케이뷰티의 미백 기준은 아이돌의 피부 표현을 둘러싼 인종과 피부색주의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들은 소란스럽지만 동시에 건강한 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 청년들이 혐오 시위를 마주하며 겪는 놀라움과도 연결된다.
한류 소비자들은 한류 콘텐츠와 이를 생산한 한국에서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길 원한다. 경쟁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인간성 회복을 노력하는 한국의 콘텐츠는 선진국 시청자들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개발도상국들에게는 식민 경험, 전쟁, 분단, 독재 등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한국이 극복의 모델이 된다. 이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가치는 돌봄, 연대, 공동체적 선을 위한 개인의 태도 등으로 담론화될 수 있지만, 이는 아직 진행 중인 과정이다. 한류의 매력은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비로운 긍정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한류 현상을 분석하고 담론화하는 과정은 즐겁지만 동시에 위태로움을 동반한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 내부에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성차별이다. <오징어 게임>에서의 파키스탄 참가자나 <청년경찰>의 연변 범죄자 집단 묘사는 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며 국내 외국인 노동자 문제와 연결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과도한 미적 기준이나 드라마 속 여성, 성소수자 재현에 대한 팬들의 논쟁은 현실 속 미투 운동, 퀴어 퍼레이드 논란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이 명동에서 마주하는 과격한 혐중 시위는 미디어로 한류를 접한 이들이 한국의 차별적 현실을 극명하게 체험하는 순간이다.
한류는 ‘밑에서부터의 세계화’라는 특징을 가진다. 이는 특정 엘리트 계층이 주도한 문화가 아니라, 힘없는 일반 수용자들이 만들어낸 버텀업 문화 현상이다. 따라서 선한 영향력, 배려와 연대의 태도, 돌봄과 겸손, 공동체의 가치가 중요하게 강조된다. 케이팝 그룹과 팬들 간의 관계, <케데헌> 주인공들의 가치 추구 역시 이러한 맥락과 일치한다. 한류는 전 세계가 아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비주류의 아름다움이며, 따라서 차별과 배제의 담론이야말로 한류의 최대 적이다.
한류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대해, 한류의 위기는 시장 축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차별이라는 적과의 싸움에서 패배할 때 찾아올 것이다. 한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난 십수 년간 제자리걸음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곧 대한민국 전체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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