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이 AI G3 수준을 목표로 국가적 차원에서 AI 인프라 구축과 세계 수준의 AI 모델 개발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치열한 글로벌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은 100만 장 이상의 GPU를 갖춘 슈퍼클러스터 구축을 발표하며 AI 모델 개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AI 모델의 발전 속도는 몇 개월 안에 선두 주자가 바뀔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규모 사전 학습과 강화학습을 통한 AI 모델의 지속적인 지능 향상 시도가 과연 인간을 넘어서는 초지능 구현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I 분야의 선구자들 역시 현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접근, 모델, 알고리즘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딥마인드의 제프리 힌턴 교수, 오픈AI의 데미스 허사비스, 튜링상 수상자인 얀 르쿤 교수와 요수아 벤지오 교수, 프랑수아 숄레 등 AI 연구 리더들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알파고 개발에 기여한 데이비드 실버는 이미 인간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는 시대는 끝났으며, AI가 스스로 세상을 경험하며 학습하는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AI 기술의 핵심 기반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2017년에 등장한 이후에도 계속 활용되고 있지만, 여러 연구자들은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구 결과가 아직 대규모 활용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또 다른 혁명적인 연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에 따라 현재 기술에서 세계 수준을 달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 기술 연구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인 지원이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와 오픈AI의 데미스 허사비스는 각각 2027년과 2030년경 인간을 뛰어넘는 초지능(AGI 또는 ASI)의 등장을 예측하고 있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AGI가 가져올 거대한 변화를 언급하며 영국이 이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은 AI 실행 계획을 통해 AI 분야 승리를 선언하고 자국 중심의 AI 기술을 동맹국에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중국 역시 국제 협력을 촉구하며 ‘함께 배를 타고 가자’고 했지만, 이는 자국 기술 중심의 AI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처럼 AI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더라도 전략적 필수불가결성을 확보한다면 보다 유연하고 전략적인 선택이 가능해질 수 있다. 현재는 AI 반도체 관련 기술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음 단계의 AI 모델 개발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가 열릴 것이다. 초지능의 구현 시점과 주체를 예측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메타의 초지능 연구소 설립과 오픈AI 출신 연구자의 안전 초지능 회사 설립 등 막대한 자금이 차세대 AI 연구에 투입되고 있다.
향후 5년간 100조 원에 달하는 AI 국가 전략 자금 중 극히 일부인 1%만을이라도 미래 AI 연구에 투자한다면, 국가 AI 인재 양성과 더불어 매우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초지능 연구소에는 AI 전공자뿐만 아니라 철학자, 수학자, 언어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AI 연구자를 중심으로 언어학자, 뇌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등이 모여 통합적인 연구를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미래 가능성이 보이는 여러 국가 연구팀을 한국의 초지능 연구소로 초빙하여 자유롭게 연구하게 하고, 그 성과를 인류 전체의 공공재로 제공하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세계적인 AI 연구자들을 초빙하여 충분한 연구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각으로 디지털 지능에 접근하는 국가 초지능 연구소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