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산업 시설이 문화 예술 공간으로 변모하고, 가난과 허기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 이제는 일상이자 별식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와 음식 모두에서 ‘오래 견딤’의 가치를 증명한다. 과거 부천의 쓰레기 소각장이었던 부천아트벙커B39가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폐기물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는 서민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는 뼈다귀해장국의 존재와 맞닿아 있다.
한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버려질 운명이었던 부천 삼정동의 쓰레기 소각장은 1990년대 초, 부천 중동 신도시 건설과 함께 시작되었다. 1995년부터 하루 200톤에 달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하며 가동되었지만, 1997년 환경부의 조사 결과 허가 기준치의 20배에 달하는 고농도 다이옥신이 검출되면서 심각한 환경 문제로 대두되었다. 마을 주민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끊임없는 노력 끝에 2010년 대장동 소각장으로 기능이 이전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가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폐건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이 시설은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2018년 ‘부천아트벙커B39’라는 이름으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는 극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부천아트벙커B39는 과거 소각장의 흔적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으로 가득하다. 높이 39m의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쓰레기 저장고였던 ‘벙커(BANKER)’는 이제 ‘B39’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되었으며, 과거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로는 하늘과 채광을 가득 끌어들이는 ‘에어갤러리(AIR GALLERY)’로 변모했다. 쓰레기 수거 트럭이 폐기물을 쏟아내던 쓰레기 반입실은 멀티미디어홀(MMH)로, 펌프실, 배기가스처리장, 중앙청소실 등 기존의 설비 공간들은 아카이빙실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RE:boot 아트벙커B39 아카이브展’에서는 다이옥신 파동과 시민운동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하며, 폐산업 시설이 어떻게 주민들이 즐기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했는지 그 감동적인 과정을 보여준다. 건물을 나서기 전 동네 어린이들의 작품으로 꾸며진 벽화는 미래를 향한 희망과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한편, 도시의 쓰레기가 예술로 재탄생하듯, 개발도상국의 애환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일상의 별식이 되었다. 부천 원미동의 ‘조마루사거리’에는 1988년부터 시작된 한 뼈다귀해장국 가게의 본점이 있다. 이 음식은 과거 인천 미군 부대에서 나온 돼지 뼈다귀에 알감자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정확한 어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서민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져왔다. 수입 돼지고기의 발달로 뼈다귀에 붙은 살은 더욱 커지고 풍성해졌으며, 이는 다른 음식들이 시대에 역행하는 가격으로 대결하는 것과 달리, 푸짐함을 유지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산보다 큰 고기를 선호하는 주인장의 말처럼, 때로는 편견을 깨고 실용적인 선택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가게의 뼈다귀해장국은 깍두기의 시원하고 달큼한 맛이 텁텁한 등뼈 살점과 매콤한 국물을 돋우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여 나오는 화끈하면서도 깊은 맛은 어떠한 산해진미도 따라올 수 없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두툼한 뼈다귀와 푹 익힌 우거지, 그리고 맑고 깨끗하며 산뜻한 국물은 외국인들에게도 K-푸드의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가난과 허기를 이겨낸 지혜의 음식은 이제 일상이자 가벼운 별식이 되었으며, 쓰레기 처리장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어떠한 것도 오래 견디고 나면 가치 있는 것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